[리들/헤르] Have You Ever (단 한 번이라도) 10: 스크랩첩 용
[리들/헤르] 단 한 번이라도 10: 스크랩첩 용
그녀가 순진하게 차세대 어둠의 마왕을 향해 눈을 깜박여 보였다. 그리고 치명타를 던졌다.
"볼드모트가 뭐야?"
제 10화. 스크랩첩 용
(부제: 단 한 번이라도 이집트인이었던 적이 있나)
1944년 9월 30일 화요일
오후 08시 11분
"뭐라고 말했다고?" 청동과 로열 블루 색상으로 치장된 소파 위에서 헤르미온느 옆에 앉아있던 드레이코가 오른 쪽 귓바퀴 주변으로 동그랗게 손을 확성기 모양으로 갖다대며, 그녀의 입으로 몸을 기울였다.
"들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소리내 웃으며 그를 확 밀치고는, 필요의 방이 불러낸 래번클로 소파 등받이에 편히 기댔다.
필요의 방은 호그와트의 각각의 네 개의 기숙사를 대표하는 소파 등이 탁탁 타오르는 벽난로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호그와트 공동휴게실 축소판의 결정체로 꾸며져 있었다.
"이제 리들은 내가 점성술사나 뭐 그런 애라고 생각하고 있어. 진짜, 확 당황하더라니까."
"멀린 맙소사, 헤르미, 너 진짜 죽인다." 빨간색과 금색 그리핀도르 의자 위에서 론에게 안기듯 앉아있던 라벤더가 폴짝 일어나 노란색과 검정색의 후플푸프 소파로 옮겨 앉으며 탄성을 질렀다.
그녀는 벽난로에 위험하리 만큼 가까운 쪽으로 걸터 앉아서는, 자신의 자홍색 책가방에서 마쉬맬로우를 휙 꺼내더니 지팡이 끝에 묻히고는 조심성 없이 춤추고 있는 불꽃 속으로 가져가 마쉬맬로우를 구웠다. "캡짱인 처자랑께!"
"그자가 정말 속아 넘어간 거야?" 해리가 물었다. 그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 나무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해리의 팔은 은색과 깊은 수풀 초록색의 슬리데린 소파에 쭉 몸을 뻗고 드러누워있는 지니의 배 위에 얹어져 있었다. 그의 무릎에 뒤통수를 대고 누워있는 지니의 깊은 적갈색 머리칼이 그의 검정색 교복 로브 자락과 날카롭게 대조를 이루었다.
헤르미온느는 무심히 그녀의 가장 친한친구에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진짜 관심은 벽난로 입구에 점점 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면서 갈색으로 구워진 자신의 마쉬맬로우를 관찰하고 있는 라벤더에게 향해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라벤더의 매끄러운 금발로 탈색된 머리칼이 점점 더 시뻘건 불꽃으로 위험스럽게 다가가는 광경을 끔찍히 매료되어 지켜보았다...
서둘러 헤르미온느는 숨결 아래로 나즈막하게 소화 주문을 라벤더를 향해 외웠지만, 딱 바로 그때 라벤더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일어나 마쉬맬로우를 호~ 하고 불었다.
"라브" 헤르미온느가 절대적인 안도의 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제발 다시는 지팡이로 마쉬맬로우 굽지 마. 또 절대 미국 은어랑 스코틀랜드 지방 사투리를 한문장에 섞어서 말하지도 말고. 절대 다시는."
라벤더는 그저 단순히 씩 웃으며 화답할 뿐이었다. 명백히 그녀가 마쉬맬로우를 굽다가 자기까지 구울뻔했다는 걸 깨닫지도, 혹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헤르미온느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고는 그 끈적끈적한 하얀 뭉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여학생 회장은 그녀가 애초에 왜 시도했는지 궁금해 하면서 한숨을 내쉬곤 해리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미안, 해리. 그래, 그자가 제대로 낚시밥을 물었어." 그녀가 빙긋 웃고는 잠시 전날 밤의 위대했던 순간을 다시 상기했다. "내가 그자에게 볼드모트가 뭐냐고 물었을 때 그자의 얼굴을 네가 봤어야 하는 건데. 맹세코 카메라가 필요한 순간이었다니까."
"볼드모트가 뭐라냐, 스크랩첩 안에 들어갈 용으로 딱이다!" 론이 외치고는 호주머니에서 빨간색 토피를 꺼내 자신의 입에 던져 넣었다. 그가 혼자 낄낄 웃고는, 도리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볼드모트가 뭐냐고. 진짜 저 여자애 똑똑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래서, 그담은 어쨌는데." 지니가 얼굴 위로 두 손을 벌렸다. "숨넘어가게 하지 말고! 그자가 뭐라고 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리들이 대답을 했을 때 지었던 그의 완벽하게 무표정인 얼굴을 머리에 떠올리며 능글맞은 미소를 감췄다. "올 여름에 죽었던 자기 애완뱀 이름이라더라. 자기랑 굉장히 붙어지냈었다나."
푸웃!
그녀의 입에서 말이 끝나자 마자, 론이 기숙사 소파들 사이로 토피를 뿜어내 벽난로 한 가운데로 적중시켰다.
라벤더가 키득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지니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불속에서 빠르게 녹아 없어지는 토피를 지켜보았다.
론이 세 소녀들을 모두 노려보며 크게 기침을 시작했다.
이에, 헤르미온느가 결국 그녀의 능글맞은 미소를 씨익 지으며, 흡사 드레이코같은 표정으로 탈바꿈했다. "그래, 론. 나도 거의 그자 앞에서 딱 그런 식으로 정신을 놓을 뻔 했지. 물론 토피는 빼고." 그녀가 소리내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다가 그녀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사실, 내가 그자의 얼굴 바로 앞에서 못참고 웃음을 터뜨리면 어쩌나 좀 무서웠었어."
"그래서 넌 뭐랬는데, 넌 뭐랬는데?" 라벤더가, 지팡이 끝으로 마쉬맬로우를 굽고는 그 끈적끈적한 걸 먹어치운 것을 감안했을 때 제법 숙녀같은 매너로 다섯 손가락에 묻은 마쉬맬로우를 핥아 없애며 합창을 했다.
갈색머리 소녀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오, 정말 안됐다! 삼가 명복을 빌어!' 이랬지."
론이 자지러졌고, 해리는 진지하면서도 그만의 짖궂음이 담긴 미소를 지었으며, 드레이코는 능글맞게 히죽였고, 라벤더는 다시금 사악하게 깔깔대기 시작했다.
"오, 헤르미온느 언니!" 지니가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그러곤 회상에 잠겨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더 일찍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왜 전학왔는지 한 스무번은 질문을 받았거든. 내가 한 대답 중 가장 인기있었던 게 뭐냐면, 어둠의 마법을 지나치게 많이 연습하는 바람에 태양 학원에서 퇴학당했다는 대답이었어. 고 뱀새끼들이 그 대답에 아주 좋아 죽더라구."
"오, 나는 우리가 그린데왈드의 이집트 군대를 없애는데 도움을 줬고, 이제 나머지 잔당을 없애러 이 곳에 온거라고 했는데." 해리가 말했다. 그가 생각에 잠겨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의 여자친구를 흘금 내려다보며 그녀의 콧등을 짐짓 짜증이 난 척 부드럽게 툭 찔렀다. "진, 우리 대답이 상충되잖아."
"그래, 슬리데린 애들이 어쩐지 오늘 아침 아침 식사 시간에 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더라." 드레이코가 비아냥조로 묵상하듯 말했다. 그가 헤르미온느를 곁눈질로 흘긋 보더니, 유혹적으로 히죽 웃어보이고는, 초대하듯 그녀에게 가까운 쪽 팔을 벌렸다.
헤르미온느는 눈동자를 한바퀴 굴려 보였지만, 둘 사이의 5인치 정도의 거리를 가로질러 갔다. 그녀가 드레이코의 옆에 몸을 기대고 눈을 지긋이 감자, 그의 팔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고, 무심코 그의 손가락들이 그녀의 옆구리 위에서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녀는 생각했다. 적어도 그들은 심한 의심을 일으키지 않고 첫날을 무사히 넘긴 것이다. 최소한.
"잊지마, 얘들아, 과감하면 과감할 수록, 더 볼드모트파의 관심을 끌기엔 좋다는 걸." 그녀가 졸린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너 과감의 표상이 뭔지 한번 볼래?" 론이 잘난 체 하며 말했다. "이거 어때. 난 우리가 평생을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열대 섬에서 개인 교습을 받다가 이제 막 세상의 문명에 노출되었다고 말해줬다는 거 아니냐."
지니가 그녀의 오빠에게 눈을 굴렸다. "참, 독창적인 답이었어, 론 오빠. 이제 애들이 전부 우리가 무슨 정글북의 늑대인간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론이 콧등을 찡그리고는 지니를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자신의 만났다 깨졌다를 반복하는 애인에게 뒤쳐지기 싫은 라벤더가 위엄있게 말했다. "난 말야. 드레이코가 마법세계 프랑스 왕가인 뒤 라크의 직계후손이라고 뻥쳤고, 론은 자기 머리칼을 초록색으로 바꿀 수 있고, 귀를 뾰족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랬구, 해리와 지니는 매월 보름달 달빛 아래 위대한 피라미드 안에서 개최되는 고대 신비한 마법 컬트 집단 단원이라고 했구, 헤르미온느는 마법 역사상 가장 강력한 마법사 가문의 후계자라고 했어."
역시 라브였다. 라브의 설명을 들으니 그들이 마치 시트콤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드레이코가 고개를 아래로 틀었을 때 헤르미온느의 즐거운 눈빛을 발견하자, 윙크를 해보였다. "솔직히 라벤더 버전이 좀 맘에 드는 걸, 네프, 안그래?"
필요의 방의 가벼운 공기는 힘겨웠던 첫날의 수업을 마친 후 헤르미온느가 딱 필요했던 보약이었다. 그녀는 어제 저녁 젊은 볼드모트와의 첫 만남과 그에 이어 그와 같은 교실에서 들었던 오늘의 두 수업(그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었다.) 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했다.
하지만 결국 오늘 밤에도 그자와 함께 공동 휴게실을 공유해야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그녀의 행복은 그 짧은 생명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장난스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뭔가 맞춰서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가 소파 밖으로 쭉 다리를 스트레칭하듯 펴며, 발끝으로 론의 무릎을 건드렸다. "어때, 로널드, 초록색 머리에 뾰족한 귀를 할 수 있겠니?"
론이 방금 그의 여동생에게 지어보였던 표정을 반복했다. 그의 얼굴 표정이 하도 샐쭉해서 헤르미온느가 다시금 소리내 웃기 시작했지만... 해리가 말문을 열었을 때, 그녀의 즐거움이 싹 사라졌다.
"슬리데린과 오늘 아침 식사 테이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어." 해리의 꿰뚫는 초록빛 눈초리가 소파 사이의 빈공간을 지나 드레이코의 눈을 사로잡았다. "어제 환영 만찬 자리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시간 말고 너 톰 리들을 어디에서건 본 적 있냐?"
"슬리데린 공동 휴게실에도 한번도 들르지 않았어." 드레이코가 회상하면서 천천히 말하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침 식사 때도 못 봤고. 적어도 나는. 식사 시간 때 연회장에서 그자를 보지 못했었어. 웨스트-댁, 넌 봤냐?"
지니가 고개를 흔들었다. 커다랗게 하품을 하면서, 그녀는 해리의 무릎을 빌리고 누우며 졸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전지전능한 드레이코 뒤 라크 님께서도 알 삼촌을 제외한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분의 터럭 한끝도 구경못했는데, 어찌 미천한 지네브라 웨스트가 언감생심?"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와닿는 것을 느꼈다. "미온느, 너도 그자를 보지 못했어?"
지난 하루의 사건들을 곱씹어 보던 그녀는 해리의 말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맞다는 걸 깨달았다. "못봤어. 오늘 아침에도. 너 내가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 지 알잖아. 게다가 난 아침 일찍 회장 공동휴게실에 앉아있었거든. 책을 읽으면서, 호그와트의 역-" 그녀는 론이 뭐라고 궁시렁 거리기 전에 얼른 말을 멈췄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있었다고. 그런데 난 그자가 기숙사 방에서 내려오는 걸 보지 못했어."
해리가 머리를 뒤로 젖히고는 고요한 필요의 방 천장을 응시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지니의 팔을 주무르기 시작하는 걸 알아챘다. 그는 불안한 느낌이 들거나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있다는 걸 상기하고 싶은 필요를 느낄 때마다 항상 그런 식의 행동을 했다. "우린 적어도 이것보다는 더 자세히 그자를 감시해야만 해."
"하지만 우리가 그자를 따라다닌다는 인상을 풍길 수는 없잖아. 그자가 금새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 거야." 헤르미온느가 반박하자, 해리가 그녀를 보다 똑바로 보기위해 조용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췄다.
잠시 후, 그녀가 마지못해 이렇게 덧붙였다. "좋아. 내가 할게."
그녀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적임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내려앉자 그 냉혹한 깨달음에 그녀는 순간 속이 미식거리는 걸 느꼈다. "내가 그자를 찾아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감시를 한다면" 해리의 두 눈이 무언의 질문을 던지며 가늘어지자, 그녀가 설명했다. "다른사람에 비해서는 많은 의심을 일으키지 않을 거야. 우린 둘다 회장이니까. 내가 왜 찾았는지 항상 변명을 지어낼 수가 있을- 멀린 맙소사!" 그녀가 헉 하고 소리쳤다.
순간 해리는 어둠의 마왕이 여기에 나타난 게 아닌가 하고 놀랐지만, 헤르미온느가 펄쩍 뛰면서 일어나 론의 뒤에 있는 벽시계의 바늘을 쳐다보자 긴장을 풀었다.
"어떡해. 나 뛰어야 돼. 7분 안에 디펫과 회장 간부회의를 하기로 되어있는데!" 그녀가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드레이코에게서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교복의 주름을 탁탁 폈다.
"멀린 맙소사, 미온느, 볼드모트가 여기에 숨어있는 걸 발견하기라도 한 것같이 괴성을 지르는 건 좀 삼가해주라." 빨간머리 소년이 꾸짖었다. 그가 말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을 땐 좀더 어두운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못들은 걸로 해라. 혹시나 말이 씨될라."
"그자가 회의엔 올까?" 지니가 위험하리만큼 가혹한 어조를 담아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론의 마지막 언급에 소름이 쫙 끼치는 걸 느끼며, 몸을 숙이고 드레이코의 나른하게 뻗은 다리 너머에 놓여있던 그녀의 흐린 장미색 책가방을 확 나꿔채 들었다. 그녀는 지니가 말한 '그자'가 누군지 잘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척 대답했다. "지니, 난 네가 누굴 말하는 건지 모르겠-"
"우와, 우와, 네프!" 드레이코가 큰 소리로 말을 가로막았다. 헤르미온느가 똑바로 다시 서기 전에 그가 그녀의 팔을 잡고는 확 그의 옆으로 끌어 앉혔다. 그의 하늘빛 회색 눈동자가 쟁반처럼 동그래졌다.
당황한 헤르미온느가 그 금발 소년을 갑자기 날개와 꼬리가 솟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을 따라간 그녀의 눈동자가 착지한 것은...
오, 맞다.
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느라, 그녀는 그것을 거의 깜박했던 것이다.
그랬다, 그것은 확실히 드레이코 뒤 라크의 시선을 멈추게 할만한 것이었다.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집으려고 몸을 숙였을 때, 묵직한 신물이 그녀의 셔츠 밖으로 빠져 나왔던 것이다. 그 신물은 그녀의 목에 둘러진 보석이 박힌 넓은 황금 줄에 매달린 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스니치보다도 족히 몇 인치는 더 커다란 구슬 안에 셋팅이 되어있었다. 그 더없이 눈부신 물건은 헤르미온느의 평범한 교복 위에서 어울리지 않게 따로 놀았고, 거의 사치스러워 보일 정도로 호화찬란했다.
"네페르타리, 내가 평생 어지간한 보석은 다 봤거든. 그리고 말포이가 어지간히 봤다는 건 정말 보석은 다 봤다는 거다." 드레이코가 그 부드럽고, 완벽히 물방울 모양을 하고 있는, 찬란한 자주빛을 띤 빨간 피빛 루비를 향해 입을 딱 벌렸다. 거만한 드레이코 조차도, 그의 목소리에서 경외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건 엄청난 거야, 네프. 엄청난 거라고. 너 그 사이즈의 그런 물건이 얼마나 비싼지 알긴 하냐? 대체 너 그거 어디서 난거야?"
"감정 고마웠어요, 보석가 드레이코 씨." 헤르미온느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그녀는 드레이코의 이젠 느슨해진 손아귀에서 팔을 빼내고 일어섰다. 기대에 찬 나머지 청중들의 기다리는 시선으로 얼굴을 돌리며, 그녀가 마치 판매장에서 경매에 부치기 직전에 상품을 소개하는 쇼호스트처럼, 조심스럽게 그 반짝반짝거리는 다면체의 보석을 똑같이 장엄한 목걸이 줄로부터 들어올려 보였다.
비록 방 안의 불빛이 밝게 비추이고는 있었지만, 그 루비는 빛을 반사시켜서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뭔가의 광채로 부터 빛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한동안 그 신물에 매료되어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녀는 그 빛에 익숙해지려는 단계였던 것이다.
이윽고 그녀가 설명했다. "덤블도어가 우리를 보내기 바로 직전에 '내 혈통에 대한 증거'를 넣어두었다고 하셨잖아. 이게 바로 그거야. '기원의 신물'이라고 불리는 보석이야."
론이 감명을 받아 휘파람을 불었다. "나한테 그걸 단 하루만 줘봐라. 나라도 이집트인 흉내를 내겠다."
헤르미온느가 웃음을 참고는, 재빨리 그 차가운 보옥을 셔츠 밑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아직 무슨 이유인지 추측할 순 없었지만, 그녀는 어쩐지 이 값을 매길 수 없는 목걸이가 이처럼 공개되는 것에 기분이 편치 못했다.
"교장 선생님은 쪽지도 같이 남기셨어." 그녀가 자신의 옥스포드 블라우스 아래를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겨 덧붙였다. 루비의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옷 아래에 숨겨져 있을 때 그것은 아주 살짝 볼록해졌을 뿐이었다. "내가 이것을 거는 순간, 내가 죽거나 그 비슷한 상태가 되기 전까진 절대 풀어지지 않을 거래. 난 보석 신화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래서 이 신물의 의미에 대해선 아주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있어."
지니의 찡그려진 인상을 보면서, 헤르미온느는 자신이 론이 일컫곤 하던 '교수 모드'가 되어가는 걸 느꼈다. "전래 신화에 의하면, 태양은 빨간색을 상징해. 따라서 루비는 태양의 지배를 받지. 만일 탄생 천궁도에서 태양이 유리한 하우스의 수호궁이라면, 이집트 파라오의 하우스처럼 말야-한 때 파라오는 살아있는 태양신의 현신이라고 믿어졌었거든- 루비는 착용자의 주권을 증대시키게 돼."
무의식적으로, 헤르미온느는 한 손을 목걸이로 가져가 그 보석의 매듭을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루비 속엔 네페르타리 가의 막대한 파워가 담겨져 있어. 모든 조상들의 파워가. 마치...마치 자그마한 저장실과 같은 거지.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내기만 한다면 말야. 수천년 동안 대대손손 이어지다가, 16세기 초에 분실되었다는데. 난 덤블도어가 어떻게 이걸 손에 넣게 되었는지 조차 모르겠어. 그리고, D! 내 얼굴은 여기 위에 있거든! 시선 좀 위로 올려주면 고맙겠어-"
뎅....뎅...
젠장...어서 움직여, 미온느!
시계가 불쑥 30분을 치자, 헤르미온느가 또다시 놀란 비명을 내질렀다. "멀린 세상에, 나 진짜 뛰어야 돼!"
"솔직히, 날아가는 것만이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같다." 론이 자신의 자리에서 몸을 비틀어 시계를 흘긋 보면서 맥빠지게하며 지적했다.
한편 라벤더는 마치 여학생 회장의 책임의식 부족에 지극히 실망했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헤르미온느는 그들 둘을 무시하고는 가방을 들쳐 매고서, 잠시 벽난로 위에 걸려진 네 명의 호그와트 창립자 초상화 앞에서 멈춰 서서는 잽싸게 윤이 나는 황금 그림틀을 거울삼아 얼굴을 살폈다. 그럭저럭 단정해 보인다고 결론을 내린 그녀는, 익숙하게 그녀의 빛나는 어두운 초콜렛빛 머리칼을 어깨 뒤로 넘기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첫 회장 회의인데...오, 첫인상을 잘못 심어주게 생겼네, 단단히 잘못 심어주게 생겼어..."
"혹시 모르니까, 있지, 리들한테 애완뱀 조문 카드라도 써서 줘봐." 해리가 그날 밤의 주요 주제로 돌아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의 재밌어 하는 두 초록빛 눈이 필요의 방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헤르미온느의 뒤를 쫓았다. "내 말은, 그자가 그렇게나 그 뱀이랑 붙어 지냈다니 말야, 너도 그자의 상실에 삼가 조의를 표했다면서..."
갑자기 신경질이 나서 헤르미온느가 초상화 구멍을 반쯤 빠져나가다 말고 얼어붙었다.
어떻게...어떻게 감히 쟨 이 상황에서 농담을 할 수가 있지! 젊은 버전의 볼드모트경과 공동 휴게실을 같이 써야하는 사람이 그가 아니라 이거야?!
홱 뒤돌아서서, 그녀가 해리에게 가짜로 위협하는 척 지팡이를 겨누웠다. "너... 너 죽었어!"
해리의 두눈이 즐거움으로 빛났다. "어, 네가 없는 동안, 어쩜 그럴지도 몰라." 그와 지니 모두 킬킬대기 시작했고, 그것이 헤르미온느의 몸속으로 에너지를 확 관통시켰다.
일분 일초가 불쾌하게 짹깍 짹깍 가는 머릿속 시계를 무시하며, 그녀가 래번클로 소파를 향해 돌진해서는, 푸른색과 청동색 줄무니의 베개를 와락 잡아채서 그 커플을 향해서 맹렬히 내던졌다.
지니가 머리를 숙였지만, 충분히 빠르진 못했다. "아야, 미온느 언니!" 베개가 지니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고 융단이 깔린 바닥으로 튕겨져 나가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해리는 장난스럽게 싱긋 웃고는 그의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사" 그가 노련하게 손목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파란색과 흰색의 베개가 위협적으로 공중으로 날아 올랐고, 그가 베개와 헤르미온느가 서있는 사이를 가리키듯 응시했다. 마치 할까 말까를 생각하는 것처럼.
헤르미온느는 괜히 해리 제임스 포터 에반스의 7년 지기 단짝이 아니었다. 즉시, 그녀는 그의 마음을 읽었고, 그녀는 마치 교수가 문제 학생에게 하듯이 실망스레 고개를 내저으며, 불확실하고 초조한 몇 번의 발걸음을 뒤로 떼었다.
덤블도어의 지팡이가 지금 해리가 그러는 것 같은 식으로 그녀를 위협했던 것이 겨우 어제였고, 그녀는 지팡이 끝에 겨눠지는 걸 그리 달가워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짜, 해리, 너 맞아도 쌌단 거 알잖아!"
명백히, 해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는 헤르미온느에게 똑바로 지팡이를 조준했다. "볼로"
베개가 잠시 부르르 떨더니, 이내 헤르미온느를 향해 속사포처럼 돌진했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새된 비명을 지르고는 래번클로 소파 뒤로 몸을 날려 숨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그녀가 15분이나 늦게 교장실로 기어들어갈 때 아만도 디펫이나, 톰 리들이, 아니면 둘 다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라고.
이 글의 저작권은 원작자이신 Lady Moonglow 님과 번역자이신 모건르페이 님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