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헤르] Have You Ever (단 한 번이라도) 14 : 단 한 번이라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나 (1부)
[리들/헤르] 단 한 번이라도 14 : 단 한 번이라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나 (1부)
제 14장. 단 한 번이라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나 (1부)
(부제: 단 한 번이라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나)
1944년, 11월, 18일, 목요일
밤 09시 01분
헤르미온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가죽 소파의 제일 오른쪽 끝에 편히 좀더 푹 몸을 파묻었다. 그러고서 회장 공동 휴게실의 긴 의자 앞에 깔린 양탄자 위에 턱을 괴고 엎드려 있는 곱슬머리의 금발 소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야밤에 몰래 부엌으로 간식을 먹으러 잠입하는 1, 2학년 학생들 문제를 정말 확실히 처리한 거야?" 헤르미온느가 6학년 후플푸프 반장인, 재나벨라 윌리어드에게 물었다.
재나벨라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가 말한대로 부엌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바꿨어요. 이제 부엌을 들어가려면 실제로 그 정물화에 있는 배를 간질여야 한다구요." 그녀가 20명 남짓한 반장들과 톰 리들에게 설명했다. "그 쬐그만 애들은 절대 알아내지 못할 거예요."
뭐, 적어도 프레드와 조지 쌍둥이가 입학하기 전 수십년 동안은.
리들이 그의 냉담한 눈을 들어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확실히 조롱조가 담긴 목소리로, 놀랐다는 듯 물었다. "그걸 네가 진짜 스스로 생각해 냈단말야, 네페르타리?"
리들은 헤르미온느와 같은 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지만, 헤르미온느가 제일 오른쪽 끝에 앉아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며 가장 왼쪽 끝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둘은 거의 각각 다른 행성에 있는 거나 같았다.
헤르미온느가 이젠 그의 경멸조의 언급에 익숙해져서 그저 눈을 굴려보였다. 사실 거기서 더 나아가 신체적인 폭력 행사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니, 난 보통 나 대신 생각하라고 집요정을 따로 고용해."
반장들 속에서 숨죽여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중 몇 명은, 그들이 은밀히 두려워하는 남학생 회장에게 맞설 능력을 지닌 헤르미온느에게 실제로 작게 박수를 쳐보였다.
"자아, 그럼 오늘밤 간부회의는 이걸로 마치도록 하자. 반장들 모두, 수고했어. 마지막으로 내가 굿나잇 인사를 하기 전에 더 할 말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나한테 말해."
"우리" 갑자기 원래의 비아냥이 담겼던 목소리를 조용히 깔며, 리들이 불쑥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짜증이 묻어난 한숨을 내쉬고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굿나잇 인사를 하기 전에 더 할 말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우리한테 말해."
헤르미온느는 그녀가 리들이 짧게 뱉는 "한마디 말들" 을 어떻게 그렇게 재빨리 알아들을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순 없었지만, 아무튼 그녀는 자신의 그런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견해 나가는 중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즉시 그리핀도르의 7학년 반장인 필리스 하디만과, 같은 동료 그리핀도르 7학년 반장인 제이콥슨 위즐리가 다른 반장들과 서로 어떤 눈빛을 교환하는 걸 알아챘다. 필리스와 제이콥슨은 각각 열쇠 E와 열쇠 R의 수령인들이었다.
이윽고 필리스가 등을 기대고 있는 침대겸용 소파 자리에서 손을 들었다.
필리스가 거의 소심하게 잠시 남학생 회장 눈치를 살핀 후에, 잽싸게 여학생 회장 쪽으로 온 시선을 집중했다. "헤르미온느, 크리스마스 행사에 대해 우리가 강력히 제안할 게 한가지 있어."
즉시 헤르미온느는 이 대화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어떤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좋은 쪽인지 나쁜 영역인지 확신하긴 두려웠지만.
"뭔데?"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급생들을 위한 댄스 시간이 있었으면 해." 필리스가 래번클로의 페리클레스 제프리스를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헤르미온느의 두려움을 확신으로 바꾸어주며 말했다. "휴일 야회 무도회를 여는 거지."
헤르미온느는 리들의 시선이 이 휴일 댄스파티 제안에 대한 그녀의 반응을 보려고 그녀 쪽으로 쏘아지는 걸 거의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걸 거부했다. 대신, 그녀는 필리스에게 집중했다. "괜찮은 제안같아, 필리스. 하지만 내가- 우리가"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쉬며 교정했다. "그 이벤트를 성사시키려면 더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해."
"걱정마, 우리가 다 알아볼게." 필리스가 즉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의 마음이 완전히 여학생 회장 기어를 작동시켰다. 그녀의 머릿속이 민첩하게 준비 목록을 작성해 나가면서,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일단 학교 경영진에게 정확한 날짜를 허락 받아야 하고, 파티 음식도 마련해야하고, 무도회 테마를 정해야 하고, 참가 규칙도 마련해야하고, 여흥을 북돋을 만한 다른 뭔가가 있는지-"
"우리 생각으로는" 열광적인 후플푸프 반장인 노먼 빈폴드, 열쇠 X의 수령인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다른 반장들이 모두 그에게 재촉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금요일 밤의 댄스 때와 같은 형식으로 하면 될 것 같아. 단지 규모만 더 키우면 돼. 물론 더 포멀한 스케일로."
헤르미온느가, 순간적으로 그녀가 유일한 학생회 총괄 책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까먹고는, 노먼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어떡하든 음악 기기를 라이브 밴드로 변신시킬수만 있다면...."
유난히 반색을 한 한 5학년 반장이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자리에서 풀쩍 뛰는 걸 보고,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조명을 하얀색 대신에 총 천연색으로 만드는 거야." 슬리데린 반장인 미란다 윌크스가 그녀의 지팡이를 작은 원모양으로 흔들며 제안했다.
이쯤되자, 모든 반장들이 나서서 한마디씩 했다.
"장식은 훨씬 더 우아하게 해야해요-"
"사방을 주목과 아이비로 장식하고, 화환을 다는 거야-"
"-겨우나무살이 장식도 빼먹으면 안돼!" (응큼한 웃음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가짜 눈이 내리도록 마법을 걸어요-"
"-더 많은 왈츠와 탱고, 볼룸 댄스 음악을 배치해야 해. 그래야 헤르미온느와 드레이코가 우리에게 더 많이 선보일 수 있지... 알잖아... 그런..." 필리스가 꿈에 부푼 눈을 하며 뭔가 멋진 장면을 상상하는 듯 했다.
헤르미온느가 그런 필리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필리스가 계속 이었다. "대신, 더 비트를 느리게 해서. 혹시 니들-"
"그만."
마치 촛불을 끄는 기구처럼, 톰 리들의 평소 성격답지 않게 고양된 목소리가 즉시 모든 반장들의 존재를 침묵시켰다.
그럴 줄 알았어, 물론 그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지.
헤르미온느는 확실히 얼굴이 굳어진 남학생 회장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다리를 꼬고 앉았던 몸을 일으키며 인내심을 잃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리들?" 그녀가 싸늘하게 물었다.
남학생 회장은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헤르미온느를 극히 강렬하고도 위압적인 '넌 나와 나중에 얘기할 때 까지 기다려' 라고 쓰여있는 눈빛으로 쏘아본 후에, 반장들을 내려다 보았다.
모두들 리들의 시선 아래서 눈에 띠게 쫄은 듯 보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리들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다음처럼 요구했을 때 그의 두 눈이 정말로 의문을 담고 있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들은 명백히 모두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 그토록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란 그에겐 죽기보다도 싫은 일일텐데. 그 이유 하나 때문이라도, 헤르미온느는 그의 눈에 담긴 질문이 정말 진지한 것이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오, 세상에.
톰 리들은 진짜로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장래의 어둠의 지도자를 모실 법한 싹수가 보인다고 예상했던 미심쩍은 슬리데린 학생들, 또는 다른 기숙사의 몇몇 학생들 까지 대부분 지난 이주 동안 금요일 밤의 댄스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본다면, 톰 리들은 그 사이 사이에 몇 번은 초대를 받았어야만 했다. 하지만.... 받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덤블도어가 리들의 소수의 '가까운 친구들'에 대해 한 말이 무슨 이유에서건 틀렸다는 건가?
그치만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론의 새로운 친구이자, 그의 사촌 할아버지 뻘 되는 친척인,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의 수색꾼인, 제이콥슨 위즐리는 톰 리들에게 만성 고질병적으로 기죽어 지내지 않는 극소수 반장들 중 한명이었다. 그 빨간머리 소년의 깜짝 놀랄 정도의 파란 눈이 남학생 회장의 꿰뚫는 시선을 마주보았다. "무슨 소리냐니, 무슨 뭐?" 제이콥슨이 도전적인 말투로 태연하게 대꾸했다.
헤르미온느는 론의 뇌를 거치지 않는 입이 직접 방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가 다시 확 닫혔다. 그녀가 웃음을 감추려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턱을 어깨에 댔다.
리들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내뱉을 때, 그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공동 휴게실 전체에 울리는 것 같았다. "글쎄, 일단 '금요일 밤의 댄스'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 보는 게 어때."
제이콥슨이, 가상하게도, 그의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뻔뻔스러울 만큼 가짜로 놀란 표정을 담고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리들의 눈길을 대적했다. "리들! 너 지금 이제까지 그 모든 금요일 밤에 대한 걸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단 말야?" 그 그리핀도르생이 질문을 살짝 가시가 느껴지게 꼬아서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제이콥슨의 대담함에 다시 한번 헉 소리가 나려는 걸 참았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형태로든지 이 다음에 몰아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폭풍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오늘 밤이 끝나기 전에 래번클로 기숙사로 도망가서 한 달동안 숨어지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매우 안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리들의 짜증이 급속히 김이 자욱한 분노로 끌어올랐을 때 그녀의 최악의 공포가 현실로 굳어졌다. 그녀는 정확히 그 변화의 순간을 알았다. 왜냐하면 리들의 목소리가 죽도록 침착하고, 극도로 차분한 날이 선 어조로 촥 가라앉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가 성질을 제어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표시였다.
리들이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내가 들어봤어야 했나, 위즐리?"
제이콥슨이 상관없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글쎄다, 리들. 네 여학생 회장이 주최하는 모임이잖아!"
그 즉시, 헤르미온느의 위장이 목구멍까지 튀어올랐고, 그녀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숨을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비록 리들이 지난 한달 반 동안 족히 해를 가한 적은 없었지만, 그거야 그가 결코 이런 식으로 여학생 회장이 그의 바로 코밑에서 지하 파티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걸 돌발적으로 발견한 적이 없었을 때 일이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알아내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는데! 누군가가 그를 초대했어야 했다고!
갈색 머리 소녀가 제이콥슨에게 확 고개를 돌리고는, 그를 노려보며 검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목을 난폭하게 자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제이콥슨이 헤르미온느와 톰 리들을 재빨리 번갈아 흘긋 보더니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달은 듯 했다. 즉시 그가 두 손을 사과하듯 올리고는 헤르미온느를 향해 '미안!' 하고 입을 벙긋했다.
하지만, 이젠 이미 늦어버렸다.
서서히 리들의 폭풍 구름같은 회색빛 눈동자가 그의 회장 파트너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권위적이면서도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회의 방금 끝났다. 해산."
리들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헤르미온느의 심장이 발작을 일으키고도 남았다.
젠장...
이 글의 저작권은 원작자이신 Lady Moonglow 님과 번역자이신 모건르페이 님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