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헤르] Have You Ever (단 한 번이라도) 18 : 잔혹 동화
[리들/헤르] 단 한 번이라도 18 : 잔혹 동화
제 18장. 잔혹 동화
(부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1944년 12월 2일 목요일
오후 02시 59분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어둠의 마법 주문, 그 기술 책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래번클로가 그날 오후 퀴디치 경기장을 예약했기 때문에, 해리, 지니, 라벤더, 론, 그리고 드레이코(드레이코가 이젠 '피의 메리'라고 별칭을 붙인, 엘 부인 덕택에 그의 부러진 팔은 이제 완전히 나았다)는 그 도무지 잡히지 않는 아니마 주문에 대한 정보를 더 찾기 위한 그녀의 조사를 돕는데 동의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한 알려진 정보와 어긋난 현상들에 대해 모든 설멍이 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박제 페퍼잭" 캐도건 경에게 중얼거린 후, 헤르미온느는 그 기사와 잡담하거나 또는 월요일 이후로 모든 수업을 결석 중인 톰 리들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곧장 위로 올라갔다.
또 다시, 헤르미온느는 그의 부재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리들이 일요일 밤 그녀의 선물을 열었을 때만해도, 그는 완전히 회복한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덤블도어가 시간 여행 전에 그녀에게 읽으라고 주었던 추가 정보들을 토대로 리들이 이론상 걸렸을 만한 저주들을 모두 추려보았지만, 하나같이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였기에 각각 X자를 크게 가로질렀다.
그래, 내 신세가 그렇지 뭐.
그녀가 자신의 기숙사실로 향하는 계단을 한꺼번에 두 개씩 씩씩거리고 올라가면서 명상에 잠겼다. 여기서 벌어지는 것 중 단순한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그정도로 운이 좋진 못했다. 모든 것이, 모든 겉모습이 계속해서 완전히 이율배반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익숙하게 그녀의 침실로 치고 들어간 헤르미온느는 전문가적인 수준으로 정리된 책상과, 그녀의 래번클로 더블사이즈 침대를 지나쳐, 맨 끝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아있는 책장으로 곧장 내달렸다. 헤르미온느가 자신이 꽂아뒀던 바로 그 선반에서 그 오래된 책을 꺼내쥐는 순간-
커피테이블의 정 중앙에 명백히 놓여있는 작은 노란색 양피지 조각을 보았다. 몹시도 익숙한 모양의 양피지였다.
이번엔,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그 어떤 주문이 걸렸을까봐 두려움에 떨지도, 혹은 그 어떤 의심도 없이 바로 그 종이를 집어들었다. 호기심에 찬 눈으로 그녀가 종이를 펼쳤고, 한 줄 이상의 글씨가 써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아한 깃펜 글씨체로 적힌 단어들을 읽으면서, 그녀의 놀라서 벌어졌던 눈이 더 휘둥그레졌고, 그녀의 호기심은 절대적인 경악에 휩싸였다.
네(잉크가 'ㅍ'까지 써져있었는데, 글쓴이가 줄로 쭉 긋고는 줄을 바꿨다)
헤르미온느-
가끔은 나도 인사치레를 할 때가 있다.
고마워.
톰
헤르미온느의 눈이 깜박깜박 거리다가 그녀의 눈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싶어서 재빨리 글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또 다시 읽었다. 그리고 또다시...
헤르미온느는 리들의 말에 담긴 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약 2분이 필요했다. 감사 카드였다. 그녀는 믿기지가 않아서 멍하니 생각했다. 비록 이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문장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감사 카드였다.
톰 마볼로 리들, 슬리데린의 후계자, 그리고 꽤 잠재적인 미래의 어둠의 마왕이 그녀에게 감사 카드를 쓴 것이었다.
헤르미온느의 손이 그 양피지 조각을 느슨히 쥔채 옆구리로 털썩 떨어졌고, 두 눈은 밝게 햇살이 내리쬐는 그녀의 침실을 둘러보았다. 리들이 언제 이 쪽지를 가져다 놓았는지, 아직도 기숙사에 있는지,...심지어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퍼뜩 정신이 듦과 동시에 헤르미온느는 그녀와 톰 리들이 몇 달 전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이가 된 것을 깨달았다.
오후 03시 10분
"이제 거의 학년 반이 지나가는데, 우리 아직도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힘찬 걸음으로 '필요의 방'으로 들어오자, 해리가 옆에 잠들어 있는 지니와 함께 늘 사용하던 슬리데린 소파에 앉은 채, 조급하게 묻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아까 책장에서 꺼냈던 어둠의 마법 서적을 소파들 사이에 놓인 탁자 위에 얹자, 그 헝크러진 머리의 열여덟 살 소년이 갈색머리 소녀에게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맞이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 헤르미온느가 즉시 대화에 몰입하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래번클로 의자 가장자리에 앉으며 불룩 튀어나온 책가방 지퍼를 열고는 적어도 여섯 권은 되는 더욱 먼지투성이인 가죽 장정의 책들을 꺼냈다. "우리가 할 일은 많지만, 아직 어떻게 그 일들을 풀어나갈지 밝혀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난 생각해."
"야, 헤르미, 볼디 없으니까 살만하던?" 라벤더가 쾌활하게 인사를 건냈다. 헤르미온느가 그 귀에 거슬리는 자신의 별칭에 거의 얼굴을 찡그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 갈색을 금발로 탈색한 소녀가 즉석에서 고대 어둠의 마법 개요를 꺼내들고 촤르륵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 골동품들은 다 어디서 파낸 거니? 지하 감옥에서?"
"으음, 덤블도어의 남은 반절 조상 가문 서재 책장에서 찾아냈어. 어젯밤에 마침내 축소시켜 놨었던 반을 다시 확대시켰거든..." 헤르미온느가 론, 해리, 지니, 그리고 드레이코에게 수상쩍어 보이는 어둠의 마법 서적들을 각자 나눠주고는 커다랗고 푹신한 청동색 등받이 쿠션에 몸을 최대한 기댔다. "그건 그렇고, 요즘 확실히 우리 시간에 있었을 때는 일어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내 말은, ...난 이해가 안가. 톰 리들을 거의 한 주 동안 병동에 입원시키고 있는 이 저주만 해도 덤블도어가 준 어떤 정보에도 언급되어있지 않았잖아."
"이제 7일 째야." 헤르미온느가 요점을 강조하기 위해 읊조렸다. "덤블도어를 포함한 모든 교수들이 그 저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다들 아주 쉬쉬 하고 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얘들아, 이건 큰 사건이야. 엘 부인조차도 걱정이 대단하셔. 처음 시간대에 리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면, 덤블도어가 분명이 우리가 떠나오기 전에 얘길 해주셨을 거야." 그녀가 딱부러지는 톤으로 연설을 마쳤다.
"그러니까 볼디가 볼드모트 경이었던 내내 그 저주에 걸려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전혀 발병은 하지 않았었다 이거야?" 론이 물었다. 잠시 후,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처럼 고개를 흔들고는 투덜거렸다. "제기랄."
"론" 헤르미온느가 그녀가 하고 싶은 다음 문장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막연히 궁리하면서 불쑥 말했다.
"으음?" 그 키다리 빨간머리 소년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자신만의 깊은 명상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하품을 한 후에 라벤더에게 다정하게 팔을 두르고는 헤르미온느를 흘긋 바라보았다.
"우리 모두 1940년대의 볼드모트 경은 톰 리들로 부르는 것이 훨씬 덜 혼란스러울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읽고 있는 책 페이지에 완전히 집중한 척하며 주의하여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우리가 살던 때 얘기를 할 때랑 지금 얘기를 할 때랑 나도 그것 때문에 몇 번 헷갈리더라." 해리의 무릎 위에서 살짝 머리를 들고는 졸린 눈을 뜨고서 지니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 이름 들을 때마다, 난 아직도 좀 소름끼치고 그래. 그 자 이름을 말할 때마다 그 빨간 뱀 눈을 한 인간이 확 튀어나와서 어쩐지 우리 뒤를 밟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거든. 이름 사용에 체계를 좀 잡자. 1944년 버전의 그자를 말할 때는 톰 리들로 부르고, 우리 시간대의 그자를 말할 때는 볼드모트라고 부르는 거야. "
"으음... 그러지 뭐." 론의 얼굴 표정에 담긴 어리벙벙함을 읽어내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헤르미온느는 감지했다. 어차피 명백히 한 사람인데 이름을 구분해서 부르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혼란을 론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명백히. 그녀의 마음이 실낱같은 의심을 품고 그 단어를 되뇌었다.
"그게 다가 아냐." 해리가 그의 초록빛 눈동자에 유난히 신중함을 담은 채, 불편할 정도로 침울한 목소리로 버럭 끼어들었다.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그런 식의 목소리를 사용할 따마다 항상 듣기에 두려운 소식을 듣게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경사났네.
헤르미온느는 소파 사이를 통해 '살아 남은 소년' 을 탐구적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로브 속에서 '기원의 신물' 이 끈적하고, 까치작거리고,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해리의 얼굴에 나타난 공공연한 죄책감이 담긴 표정 역시 그녀의 공포를 줄여주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리... 무슨 일이야?"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온느" 해리가 여학생 회장의 우려섞인 시선과 마주하며, 불편하게 뒤척이더니, 신중히 단어 하나 하나를 골라가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전에 학교 시작했을 때, 내가 어떻게 아브락사스 말포이가 나한테 접근해서 어떤 어둠의 집단에 가입하라고 권유했었는지 너에게 얘기했던 거 기억해?"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해리가 조금 더 자신에 찬 말투로 계속했다. "있지, 한달 반 쯤 전에 할로윈 바로 직전에, 말포이가 다시 나한테 말을 걸어왔었어. 같은 어둠의 추종자들이 첫 공식 모임을 가질 거라고. 그리고 자기들을... '죽음을 먹는 자' 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더라..." 그녀가 도중에 끼어들어 뭐라고 하려고 하자, 그가 재빨리 나머지 말을 마쳤다. "그리고... 나 아브락사스 말포이의 공식 제안을 받아들였어."
헤르미온느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었고, 그녀의 등 전체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는 그들 중 한명이 첩보원 역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는 결코 그 일이 이렇게... 갑자기 벌어질 줄은 몰랐다.
기묘하게도, 그녀는 해리의 고백에 공포도, 심지어 분노도 느껴지지지 않았다. 대신 오히려... 실망감이 들었다.
그래 시작되었었구나. 바로 그녀의 코 아래서, 톰 리들이 벌써 어둠을 향한 그의 여정의 첫 걸음을 이미 떼었었던 것이다. 어느 시점에선가는, 그가 그러리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생각했었다, 희망을 품었었다...
뭐 그녀가 무엇을 희망했었는지 이젠 더 이상 별 상관이 없게 되었다. 어쨌거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헤르미온느는 피곤에 지친 듯 손가락 끝으로 양쪽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리들이 이끌었겠지."
"그게 말야" 해리가 그녀가 소식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자 눈에 띄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든 완곡어법을 내던지고,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브락사스 말포이가 '비밀 모임'이라고 한 말이, 확실히 그냥 한 말은 아니더라고. 나까지 포함해서 스물 다섯 명이 왔는데, 우리 모두 모자가 달린 망토를 입어야 하는 게 필수 지침이었어. 누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니까, 미온느." 그가 고개를 내저으며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브락사스 말포이가 2인자인 것은 그래도 확실했어. 난 그놈의 목소리는 어디에서 들려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몇 번 모임을 더 갖고 난 후에, 추종자들 사이 어디에선가 레스트랭 목소리도 들었던 것 같아. 하지만 대장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잡지 못했어." 해리가 그의 길들지 않는 머리칼을 손으로 쓱 쓸어넘기며 잠시 말을 멈췄다. "나 리들의 억양이라면 자면서도 간파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 대장은, 리들이든 아니든, 목소리 변조 마법을 사용하고 있어."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정보가 헤르미온느의 가슴에 작은 위로의 속삭임으로 와닿았고, 긴장된 몸의 근육이 적지 않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동기를 깨달았을 때 까지는.
그녀의 이성이 코웃음을 쳤다. 아우, 야, 헤르미온느, 당연히 대장은 리들이지! 다른 사람이 누가 있다고?
"알아낼 수 있는 다른 어떤 방법 없어?" 헤르미온느가 예민하게 물었다.
해리의 검은 눈썹이 생각에 잠기며 찡그려졌다. "내가 아는 한 의심을 사지 않고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뭐,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쨌든. 그래도 내가 확실히 너에게 말해줄 수 있는 건 그자는 진짜 머글을 증오하는 사람이라는 거야. 굉장히 달변가에다, 카리스마를 풍기고,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어. 또 한가지 더, 우린 리들이 학교 병동에 입원한 후로 한번도 모임을 갖지 않았다는 거야. 그 부인할 수 없는 네 가지 사실로 미루어봤을 때, 리들이 틀림없어, 미온느. 틀림없어."
제길, 해리 말이 맞다.- 잠깐, 당연히 쟤 말이 맞지! 그녀는 정말 그들이 이 임무를 싸움없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분석에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호기심이 들어 방안을 흘깃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그들 중 아무도- 라벤더 조차도- 놀라거나, 거북하거나, 혹은 뭔가를 알게 되어 반갑다는 표정마저 짓지 않았다.
론은 다시금 하품을 하면서 몸을 돌리고 시계바늘을 본 후에 라벤더에게 조만간 식사를 하지 않았다간 굶어 죽을 것 같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라벤더는 손톱 정리를 하면서 그녀의 투덜이 남자친구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기계적으로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있었다. 지니는 다시금 해리의 왼 팔에 기대어 잠이 들어있었고, 드레이코는 흥미롭게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 책에 코를 파묻고 있었다.
"잠깐만" 헤르미온느가 해리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천천히 말했다. "이 일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지금 여기서 나 하나뿐인 거야?"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꿰뚫는 시선 아래서 거북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미온느,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러니까, 리들을 가장 많이 상대하는 사람이 너니까, 짐을 더는 차원에서, 이 일은 우리들이 맡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세상에! 저애들은 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나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위한 최선인데, 해리?"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힘주어 물었다. "너를 위한? 나를 위한? 리들을 위한?" 그녀가 탁 말을 멈추고는 격하게 숨을 들이켰다. 해리가 그녀의 반응에 움추리는 동안, 그녀가 들이킨 숨을 참으면서 이 새로운 폭로를 이해하려고 기를 썼다.
해리의 주눅든 모습에,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분노가 살짝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해리는 볼드모트를 상대로, 죽음을 먹는 자를 상대로, 또 디멘터들을 상대로도 영웅처럼 싸웠지만, 친구들이 기분 상해있을 땐 그걸 견디질 못해 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친구들이 그에게 기분 상했 있을 때 견디질 못해 했다.
훨씬 더 진정이 된 숨을 들이키며, 헤르미온느가 폐에 가득했던 공기를 이어서 내뱉었다. "봐봐, 해리, 너한테 신경질 내서 미안해. 하지만 우리끼리 서로 비밀이 있으면 안돼." 그녀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지금은 더더욱. 우리가 이 일에서 살아남아서 성공적으로 여기에 온 목적을 끝맞치길 원한다면, 그 어떤 것도, 아무것도 숨기고 그럴 형편이 못돼. 비밀을 만드는 것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잖아."
해리의 초록색 눈이 어두워졌다. 그의 호그와트 시절에 덤블도어가 어떻게 모든 중요한 정보들을 그에게서 차단시켰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궁극적으로 시리우스의 죽음을 불렀는지를 회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지니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해리가 팔을 들어올려 안경을 벗고 피곤에 지친 눈을 비볐다. 그의 얼굴에 사과의 표정이 어렸다. "미온느... 나도 미안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바보 같았어. 하지만 진짜 그 당시엔 그게 좋은 생각 같아서 그랬던 거야."
"괜찮아." 헤르미온느가 약하게 미소를 짓고는 우두커니 어둠의 마법 주문, 그 기술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또다른 책을 집어 들었지만 책 표지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이제 알았으니까, 됐어."
헤르미온느의 오른쪽에서, 드레이코가 토하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려왔다. 그가 읽던 책을 들고 모범을 보였다. "너희 둘의 극진한 우정은 참 눈물겹다. 정말이야. 하지만 이제 우리가 다시 행복한 대가족으로 돌아왔으니까,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에 계속 집중합시다?"
헤르미온느가 코웃음을 치고는 들고있던 먼지쌓인 책을 무릎에 떨어뜨리고 팔짱을 가로질렀다. "넌 어때, 드레이코? 초창기 죽음을 먹는 자 집회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그녀가 목격했던 그 어느때 보다 빠르게, 드레이코의 얼굴이 돌연 어두워졌다. "네프, 말이 너무 심하다." 그가 평소같지 않게 촥 가라앉은 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 난 가입하지 않았어. 너 내가 지난 3년 간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려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드레이코의 방어적인 반응에 완전히 어리벙벙해졌다... 그가 단순히 죽음을 먹는 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다시금 그를 '나쁜 인간' 부류로 낙인찍을 거라고 생각했나? "널 비난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그 금발 소년은 몇 초 동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 책을 내려다보았다. "일 하자, 네프, 좋아- 좋았어." 그가 불쑥 즉석에서 목소리 톤을 바꾸어 갸르릉거렸다. 그가 보던 페이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승리에 찬 태도로 그의 책을 툭 치며,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좋았어!"
"뭐야? 찾았어? " 헤르미온느가 일시적으로 그들 사이에 흐르던 것이 뭐가 되었든 간에 사라진 것에 어렴풋이 안도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힘주어 물었다. 드레이코가 앉아있던 소파쪽으로 눈깜짝 할 사이에 돌진하며, 그녀가 즉시 그의 어깨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그 슬리데린은, 그러나 사악하게 그녀의 시선 앞에서 책을 확 닫았다. "잠깐만... 잠깐만... 내가 이 기쁨을 좀 만끽한 다음에..."
"멀린 맙소사, 뒤 라크, 그만 까불고 어서 보여줘!" 헤르미온느가 기대감에 부풀어 거의 고함을 지를 듯 외쳤다. 그녀는 이 아니마 주문을 몇 주에 걸쳐서 찾고 있었고, 이제 여기 그 모든 대답이, 너무도 가까이... 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멀리 있었던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드레이코의 그녀를 피해 6피트 밖으로 뻗쳐진 손 안에 들린 그 고대의 노란 양피지 책을 절망적으로 노려보았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빌기는 싫었다. 그렇지만...
"제바아알?" 헤르미온느가 애처롭게 구슬픈 목소리를 내면서, 드레이코의 왼쪽 뺨에 그녀의 오른쪽 뺨을 부비면서,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을 파닥였다. 그러면서 몰래 뒤로 그녀의 오른 팔을 그의 어깨 뒤로 뻗어서 책을 쥐려고 했지만, 그녀의 팔 근육이 반항을 했다.
그녀의 팔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던 것이다.
"얜 꼭 이럴 때만, 날 사랑하지." 드레이코가 투덜거리며 헤르미온느가 그를 의자로 쓰러뜨리기 전에 책을 그의 무릎 위로 내려놓았다. "알았어, 네프, 숨좀 쉬자... 알았다니까."
드레이코가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 책을 펄럭이며 접어놓았던 페이지를 펴고 큰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아니마 아드플릭타티오, 사전적으로는, 영혼의 고통이라는 뜻이며, 이 것은 가장 초창기의 고도 마법인, 43가지의 치명적인 어둠의 마법 저주 중 하나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아니마 저주는 점점 안 쓰이게 되었는데, 그 부분적인 이유로는 이 저주를 시행하고 제거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고대 마법인 혈통을 가진 자의 마법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머글과 마법사의 교류가 증가해짐에 따라, 뱀의 저주, 아니마 저주 등, 고대 초창기 어둠의 마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마법사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친애하는 엄마가 애초에 어떻게 그자에게 그걸 집어넣었는지 설명이 되는군. 말그대로, 그 여자는 슬리데린 핏줄이었으니까 말야." 론이 즉석에서 언급했다. 그가 자신이 맡은 책-어쩐지 이제보니 퀴디치 참고서 제목을 달고 있는-을 내던진 후에, 기대에 차서 양 손을 비볐다. "뭐라냐? 그자를 죽일 수 있대?"
무슨 이유인지, 헤르미온느의 뱃속에 매듭 하나가 형성되며 옥죄기 시작했다. "물론 못 그러지 론, 원래 리들도 그 저주를 갖고 있었었는데, 우리가 우리 시간을 떠났을 때 까지도, 볼드모트 경은 여전히 강성했잖아..."
"아냐, 아냐, 기다려봐..." 눈으로 그 페이지를 훑어보며, 드레이코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아니마 저주가 시행되면... 기타등등 기타등등...아 여기 있다. 신체에 해를 입히는 경우는 오로지,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치명적인데, 피해자가..."
헤르미온느가 그 금발 슬리데린을 날카롭게 노려보았지만, 드레이코는 반쯤 충격에 잠겨, 느긋하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지만 교활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로 그 페이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피해자가 뭐? " 헤르미온느가 신중하게 팽팽한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이미 만연한 능글거림으로 변한 미소와 함께 드레이코가 책을 들어올리고 거만하게 계속했다. "그 저주는 잠복해 있다. 신체에 해를 입히는 경우는, 그리고 그 경우 대부분은, 치명적인데, 오로지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속물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깊은 감정을 갖게 될 때이다."
여전히 히죽 웃으며, 드레이코가 책을 탁 닫았다. "이 말을 알기쉬운 영어로 번역해봐."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피해자가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기 시작할 때" 헤르미온느가 차분히, 천천히 명상에 잠겼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각자 총천연색으로 회오리를 일으키는 천갈래의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리들이 왜 그렇게 스스로를 거리를 두는지 설명이 되네- 그런 식으로 지내면, 누구랑도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위험을 무릎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야." 헤르미온느가 말을 멈췄다가 잠시 후 이렇게 읊조렸다.
그녀는 지난 몇주 동안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던 그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왜 그 저주가 이번에는 발병하는 거지?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왜 우리가 살았던 지난번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지니와 라벤더가 은밀히 예리한 시선을 교환했다.
"어디 잘 생각해보자." 드레이코가 서두르지 않고 남들이 모르지만 알고 싶어죽겠는 뭔가를 자기는 알고 있다는 약올리는 투로 느릿하게 말했다.
그가 다시 그 아니마 저주에 대해 써있는 페이지를 열고 생각에 잠긴 듯 양손을 깍지를 쥐었다. 헤르미온느의 혼란스러운 갈색 눈동자와 그의 살짝 즐거워 하는 청회색 눈동자가 맞닿았다. "리들이 그 저주에 공격을 받았을 때, 너 뭐라도 눈치 챈 거 있었어? 이상하거나? 비슷한 점 같은 거?"
헤르미온느가 생각에 잠겨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우두커니 너풀거리는 오렌지와 금빛 난롯불을 응시했다. "내가 맨 처음 목격한 건, 리들이 금요일 밤 댄스에 왔을 때였어. 너네 둘도 봤었지." 헤르미온느가 론과 해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녀의 마음이 수월하게 3주 전의 일로 돌아갔다.
"난... 리들과 부딪쳤었어- 말그대로 말야- 그런 다음에, 음, 안녕 인사를 했지. 물, 론, 그 자리에 눌러 앉아서, 수다를 떨려던 생각은 없었고. 그래서 막 떠나려는데, 리들이 픽... 고꾸라졌어. 진짜로 고꾸라졌어. 내말은, 그게 뭐였든 간에, 정말 안좋아보였어. 몇 분 밖에 지속되진 않았었지만."
"뭐, 기왕 이렇게 오기로 했으니까, 나 정말 진심으로 네가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
리들의 얼굴에 어려있던 오만한 우월감의 표정이 살짝 사라졌다. "뭐?"
......."내가 람베르도 부인을 불러올까?" 헤르미온느가 팽팽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회색빛 눈이 그녀의 눈 속에 타는 듯 들어왔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의 눈동자는 평소보다도 훨씬 더 읽기가 불가능했다.
그가 고개를 아니 표시로 내젓기 시작하자, 그녀는 완전히 어찌할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불쑥 또다시 날카롭게 숨을 훅 들이키며, 그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팔로 더욱 꽉 자신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너 방금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한테 얘기해 줄거니?" 그녀가 대답을 기대한다는 듯 팔짱을 가로질러꼈다.
"아니" 그가 짤막하게 말했다.
"음... 그리고 두 번째는 드레이코 네 영광스러운 퀴디치 경기날이었어. 그날 오후에 반장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리들은 완벽히 괜찮아 보였었거든..." 헤르미온느가 눈살을 찌푸렸다. "모임을 끝맞쳤을 때, 내가 말을 걸었었어... 오, 정확히 뭐라고 했는진 기억 안나지만, 아무튼 그 대답으로 리들이 나한테 점심을 먹으러 갈 거라고 했어. 알다시피, 우린 대연회장에서 한번도 리들을 본 적이 없잖아. 그래서 난 이거야 말로 리들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었어. 그래서... 리들한테 나도 배고프다고, 같이 가면 안되냐고 그랬지. 그래서 같이 갔어... 리들은 학교 부엌 안에 이런 작은 코너 하나를 가지고 있더라고..."
"이걸로 백발백중 다 넘어왔겠네."
헤르미온느가 육중한 부엌 난로 근처 작은 구석에 아늑하게 놓여진 네모 모양의 아담한 크기의 식탁을 덮고있는
체크무늬의 식탁보를 살피며, 비딱하게 쏘았다.
어디에 있는지 알고 보지 않는다면,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 곳이었고, 두 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처럼 보였다.
리들이 무심한 눈길로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다. "넘어오다니 누가?"
그들 앞에 마법적으로 홀연 매끈한 두 접시와, 두 유리잔, 그리고 은식기들이 나타났다.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누가됐든 네가 여기로 데려오는 애들."
리들이 그 꿰뚫는, 읽기 어려운 폭풍빛 회색 눈길로 그녀를 응시하더니,
이윽고 그녀의 등줄기에 소름이 끼칠 만큼 똑같이 읽기 어려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에 한번도 누구 데려온 적 없어."
"...하지만 그 다음날, 너희들도 알다시피, 리들은 병동에 입원을 했어. 그날 밤에, 리들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다음날, 엘 부인이 나한테 병이 재발했다고 그러셨지."
"미온느" 해리가 드레이코에게 눈썹 하나를 쓱 올려 보인 후, 끼어들었다. 해리가 금발 소년의 생각이 뭔지 감을 잡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현재 흐르고 있는 생각이 뭐가 됐든지, 헤르미온느의 손에는 잡힐 듯 말듯 약올리며 어른거렸다. "미온느, 혹시 네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엘 부인이 뭐라도 이상한 점이나, 리들의 재발을 부추길 만한 어떤 거라도 언급하셨니?"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찡그렸다. "음, 아니."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좀더 빠른 어조로 말했다. "근데 내가 리들에게 카드랑, 나한테는 별 쓸모없는 낡은 책 한권을 보내기는 했었어. 하지만 그게 어떤-"
"너 뭘했다고? " 라벤더가 손톱정리 도구를 툭 떨어뜨리고는, 그녀의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빤히 바라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쳐 물었다. 마치 방금 헤르미온느가 죽을 죄를 지은 걸 고백이라도 했다는 투였다.
"그 땐 그냥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았어!" 헤르미온느가 반항적으로 팔짱을 가로지르며,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네프, 네프, 네프," 드레이코가 툭 끼어들며,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을 자신의 머리 위로 중요하게 흔들어 보였다. "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냐?"
헤르미온느가 그 교활한 금발청년을 수상쩍은 눈으로 훑어보며, 그가 무슨 말을 하려든지 간에 별로 듣고 싶지 않는 기분이 들어 메마른 어조로 말했다. "아니. 하지만 어쨌거나 네가 날 일깨워 주겠지."
"네프" 드레이코가 다시금 만면에 능글맞은 웃음을 활짝 띠우며 속삭였다. 마치 방금 크리스마스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그린치의 표정과 흡사했다. "네가 할 일의 전부는 리들이 너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거야. 그럼 이 벼락맞을 세상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단박에, 완전히 해결된다고!"
"드레이코!"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헉 소리쳤다. 이번 주 동안만 근 50번째 그녀의 심장이 멈췄고, 입이 턱 벌어졌다. 그녀의 왼손이 가장 가까이 있던 물체인 푹신한 래번클로 베개를 꽉 움켜쥐었다. "너.... 너 설마... 리들이... 날....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너 농담하는 거지!"
"네프, 그자는 얼어죽을 남학생 회장이고, 넌 얼어죽을 여학생 회장이야!" 드레이코가 뻔하지 않냐는 듯 양 손을 펄럭이며 소리쳤다. "수많은 커플이 탄생했던 고전적인 만남의 광장이라고! 눈좀 떠! 멀린 맙소사, 너 그 자와 단 둘이서만 공동 휴게실을 쓰잖아! 항상 둘이 같이 회장 학생간부 일을 하고, 그 자가 항상 어떤 식으로든 마지막으로, 아니면 마지막에서 몇 번째로 보는, 또 생각하는 사람은 너였을 걸. 그 저주가 튀어나와서 그자식 궁둥이를 물기 까지. 어디, 그 저주가 발병할 정도로 그자가 충분히 좋아할 만한 더 나은 후보자가 있으면, 안말릴테니 찍어봐."
"그래서 우리가 살던 지난 번엔 전혀 아무 일도 없었던 거였어." 라벤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헤르미온느를 향해 계산적으로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그래." 론이 그의 여자친구와 마찬가지로 헤르미온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번엔, 그자 곁에 결단코 네가 없었으니까!"
돌연 헤르미온느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을 쭉 타고 내려갔다. 그녀가 떠나기 직전, 해리, 지니, 론, 라벤더, 그리고 드레이코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현 세상에서 변한게 없단 걸 발견한 후, 덤블도어가 했던 작별 인사가 그녀의 마음에 유령처럼 메아리쳤다.
"교장선생님" 그녀가 흥분해서 말문을 열었다. "해리와, 론, 드레이코, 지니, 라벤더가 지금 이 시간 기술적으로 50년 전 과거에 있는 거라면, 벌써 현재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볼드모트와 모든 어둠의 군대가 먼지가 되어 없어진 것 아닐까요?"
덤블도어가 한쪽 구석에 난 작은 창문으로 머리를 가져갔다. "아직은 달라진 게 없어보이는구나, 네페르타리 양?"
"그럼, 실패한 건가요?" 맙소사, 그 모든 미친 짓과, 지독한 각오를 했는데도, 실패했단 말야? 이제 끝났다. 희망은 죽어버렸다.
덤블도어가 피곤한 미소를 짓고는 서서히 일어섰다."어쩌면 그들에게 네가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지, 네페르타리 양."
이런 멀린, 마법세계 전체의-혹은 적어도 한 생명의-미래의 운명이 전적으로 그녀의 손에 달렸다는 말인가?
"잠깐만, 너희들 모두" 헤르미온느가 잽싸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이성이 위험스럽게 감당못할 범위로 퍼지기 전에 이 상황을 필사적으로 제어하려고 애썼다. "성급한 결론은 짓지 말자. 아직 리들이 정말 아니마 저주에 걸린 건지 확실하지도 않잖아."
"네프, 네가 슬리데린 후계자를 만졌을 때, 너 정말로, 진짜 환청이 들렸다면서. 그게 딱 그 두 단어였고." 드레이코가 아는 척 점잔을 떨며 말했다. "너 신들이 아무 환청이나 너에게 들려주려고 시간낭비 했을 거 같아? 너같은 극도의 점술 무신론자에게, 아무 의미도 없이?"
헤르미온느가 눈을 굴리며 확 쏘아붙였다. "네 그 미친거나 다름없는 아이디어가 네 생각처럼 맞다고 쳐도, 내가 어떻게 리들을 나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건데- 아니, 질문 최소야, 대답하지마." 드레이코와 론 둘의 얼굴에 즉시 퍼져나가는 응큼한 미소를 본 후에, 헤르미온느가 잽싸게 말을 돌렸다.
"징그러운 변태같은 남자들" 지니가 궁시렁데며, 은근슬쩍 해리의 진지한 얼굴을 살피면서, 그녀의 남자친구만은 그녀의 오빠와 족제비 녀석과 같은 사고방식을 나누고 있지 않은 걸 확인했다. 흡족한 기분이 되어, 빨간머리 소녀가 헤르미온느를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 언닌 어떤 생각인데?"
의자 끝에 걸터앉아있던 헤르미온느는 드레이코에게 짜증이 나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래번클로 소파와 탁자 사이의 빈 공간에 앉아서, 갈색머리 소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녀의 마음속의 좌절이 그녀의 목소리로 스며들었다. "글쎄, 모르겠어, 지니. 지난 500년을 통틀어 가장 사악한 어둠의 마왕 중의 하나가 될 소년이 육체적으로 아플 만큼 나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막 알게 됐는데! 너라면 어떻겠니?"
그 말이 그녀의 입에서 떠난 순간, 그 미친듯 한 전체 상황이 마침내 실감나게 다가왔다. 그녀와 리들이 벌였던 격한 논쟁들과, 사랑과는 달나라 만큼 거리가 멀었던 그들의 사이를 비추어 봤을 때-
아냐, 아냐, 이건 뭔가 잘못됐다, 이건 완전히 잘못됐다. 그럴 리가 없었다. 톰 리들은 감정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는 느끼는 것이 없었다. 그는 자신 말고는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아끼지 않았다. 그가 했던 모든 일들과, 모든 말을 놓고 봤을 때,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나라면" 지니가 천천히 싸늘하게 내뱉었다.
헤르미온느는 그 빨간머리 소녀의 말투의 갑작스런 변화에- 너무도 잔인하고, 너무도 험악하고, 철저한 증오로 가득한 그녀의 말투에, 어리벙벙해졌다. 지니가 항상 마음 속에 저 모든 감정들을 담고 있었던 걸까? 폭발시키길 기다리면서?
그날 오후는 재빠르게 통제를 벗어나 급강하하고 있었다.
"나라면, '멀린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마침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가 처형하려고 온 대상을 성공적으로 처형시킬 방법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생각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지니의 무자비한 단어 선택에 거의 움찔했다.
"그것도 아즈카반에 갖힐 위험 없이 말야. 나라면 우리에게 우리 가족과, 우리 친구들, 우리 미래를 구할 수 있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내려준 신들께 감사할 거야."
'간단한 방법' 누구에게 말이니, 지니?
지니가 말을 멈춘 후에, 자신의 체리빛 빨간 입술을 할짝였다. "그런 다음, 나라면 그 저주의 효과가 없어지기 전에 당장 기회를 나꿔채겠어."
"진, 마치 우리가 진짜로 이 방법을 고려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지는 말자!" 해리가 갑자기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의 험악한 눈이 단호하게 빛났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하고 평화롭게, 안도의 물결이 헤르미온느의 몸을 너무도 강하게 휩쓸고 내려와서, 그녀는 거의 그녀의 머리칼이 그 물결을 따라 일렁이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지경이었다.
그녀에겐 선택권이 있었다. 그녀는 이 터무니없는 계획에 꼭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
"헤르미온느는 안그래도 리들과 충분히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해."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가리키며 계속했다. 그의 막 퀴디치 경기를 마친 듯한 평소보다 훨씬 제멋대로 흐트러진 검은 머리는 기묘하게도 아인슈타인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 일 하지마- 미온느, 난 네가 지금보다 더 그자와 가깝게 지내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리들이 어떤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인지 너도 알잖아. 혹시라도 그자가 네가 자기를 가지고 놀았다는 걸 알아내기라도 하는 날엔, 그자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너도 알잖아-."
해리의 얼굴이 즉시 더욱 험악해졌다.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위험스럽게 가늘어진 초록빛 눈 안에서 그가 항상 드레이코에게 지녔었던 오래된 적개심이 다시 분출되며 일렁이는 불꽃을 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주저없이, 두려움없이, '살아 남은 소년'이 날카롭게 그의 시선을 그 금발 슬리데린에게로 돌렸다. "내 의견에 할 말 있어?"
이 갑작스러운 적개심은 드레이코의 기를 조금도 꺾어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더욱 기가 산 듯이 보였다. 자리에서 태연히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그 금발 소년이 해리를 향해 고개를 틀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하지만 예리하게 옆쪽 주머니에서 자신의 유연한 마호가니 지팡이를 꺼내 소파 위 그의 옆에 준비태세로 내려놓았다.
"에반스, 내가 너처럼 초기 죽음을 먹는자 모임에 첩보원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진 모르지만, 나 역시 리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봐왔어. 나 역시 충분히 선과 악을 경험했어. 하지만 난 네페르타리의 목에 걸린 돌의 힘도 알아. 또 난 네프가 완벽히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해." 계속 말을 잇는 그의 얼굴에 걸쳐졌던 비죽이는 미소가 사라졌다. "만일 이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우리 중 누가 리들을 살해하고 아즈카반으로 갈 건데? 내가 장담하는데, 결국엔 언젠가 그 일을 해야 할 시점이 올 거거든. 네가 할래, 에반스?"
헤르미온느의 입이 살짝 벌어진 채로, 그녀의 시선이 해리와 드레이코 사이를 마치 탁구 공이 왔다 갔다 튀는 걸 보는 것처럼 번갈아 움직였다. 그녀는 드레이코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드레이코의 말을 더는 듣지 않겠다는 듯, 해리가 그의 시선을 헤르미온느에게로 돌렸다. "미온느, 넌 이 일 하지 않아도 돼." 그가 반복해서 다급하게 말했다.
"에반스, 네가 어둠의 마왕과 수많은 싸움을 한 건 나도 이해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드레이코가 헤르미온느가 어떤 말도 꺼내기 전에 해리와 마찬가지의 힘으로 강조했다. "여긴 다른 세상이야. 이게 우리가 리들을 제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우린 이 일을 꼭 해야만 해."
헤르미온느를 잠시 훑어본 후에, 갈등으로 찢어지는 표정을 지었지만, 해리가 표정을 확 바꾸며 날카롭게 대꾸했다. "뭐라든, 뒤 라크. 결국 네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쉽게 말할 수 있겠지-"
헤르미온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책 한권을 확 잡아채 탁자 위로 큰 소리로 쾅 하고 내리쳤다. "그만해, 너희 둘 다!" 그녀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슬리데린 소파에 앉아있던 해리와 드레이코의 입이 확 다물어졌다. 지니가 이제 완전히 깨어나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헤르미온느를 입을 딱 벌리고 바라보았다. 라벤더는 론의 무릎 위로 풀쩍 올라가서 그의 목에 양 팔을 둘렀다.
나에겐 선택권이 있어.
벽난로에서 이따금씩 나는 탁탁 소리를 제외한, 방 안의 침묵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호흡 곤란을 느끼며, 헤르미온느가 숨을 쉬려고 노력했다. 어렴풋이 자신이 탁자에 내리쳤던 책이 산산히 먼지로 변해버린 걸 보고는 그녀가 흠칫 놀랐다.
누구든지 무슨 말이든 해봐!
드레이코가 했다. "네프" 그가 좀 전보다 더 조용하고 더 안심시키는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네가 이 일을 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알지. 우리 모두가- 이 방에 있는 각각 전부가 그자가 너에게 손끝 하나라도 건들기 전에 그 호로자식을 기꺼이 죽여버릴 테니까."
드레이코의 극도로 사무적인 말투에 헤르미온느의 온 몸을 뚫고 마치 번갯불처럼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번졌다.
모든 여섯 명의 시간 여행자들은 전쟁을 겪었었다.
그들 중 아무도- 인정하긴 괴롭더라도 그녀 자신을 포함해서- 살인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었다. 만일 살인이 최후의, 마지막 유일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하지만 마침내 평화를 쟁취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
"미온느, 이 말 진짜 하기는 싫지만, 뒤 라크 말이 맞아." 론이 헤르미온느가 이제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진지하면서도 희망에 찬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빨간머리 청년이 해리의 꿰뚫는 노려보는 시선을 굳건히 피하며 단호히 계속했다. "만일 볼드- 리들이 정말 너에게 빠진 거라면... 미온느, 네가 할 일의 전부는 네가 이제까지 어떻게 해왔든 계속 그 행동을 유지하는 것 뿐이야, 그러면-"
론이 엄지 손가락 하나를 밑으로 내리면서 헤르미온느가 섬찟할 정도로 죽을 때 꼴깍하는 소리를 비위 상할 만큼 혀를 진동시켜가며 냈다. 라벤더가 놀랐다는 듯 그녀의 남자친구 뒷통수를 탁 쳤다.
"라브, 아야- 전부 끝나는 거야. 교수들도, 치료사들도, 마법부 직원들도, 오러들도 누구도 널 전혀 의심할 생각도 못할 걸. 오로지 그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할 거야. 리들이든 볼드모트 경이든, 누가 됐든, 사라질 거고. 그럼 우린 미래 걱정 없이 우리의 삶을 살기만 하면 돼."
나한텐 아직 선택권이 있어.
헤르미온느가 우두커니 난로를 응시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녀의 이성이, 그녀가 항상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던 그녀의 이성이 이제 맑은 죽처럼 녹아버린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오늘 오후가 현실이라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마침내, 뒤돌아 보지 않고, 그녀가 어깨너머로 팔을 뻗어 손으로 큰 집게 모양을 해보였다. "다른 무슨 말이 써 있는지 좀 보자."
드레이코가 말없이 헤르미온느에게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 책을 건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 책을 마루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이 아직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기지가 남아있다는 걸 알리듯 맑고 또렷한 빛을 내면서 앞에 펼쳐진 페이지를 향했다. 그리고 드레이코가 이전에 읽었던 각각의 단어들을 하나하나 주의깊게 읽어내려갔다. 스스로에게 이것이 사실이란 것을 확인시켜야만 했다.
새로운 문장이 눈에 들어오자, 헤르미온느가 장황한 용어를 건너뛰고 쉽게 의역을 했다. "좋아, 여기 더 있다. 들어봐. '일반적인 아니마 저주가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상대방의 반응에 달려있다.' ... '상대방' 음, 그러니까 피해자가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그녀의 뱃속이 쿵 떨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는 뜻이네."
"뭐, 겉으로는 그자를 좋아하는 척 하면서, 정말로는 계속 싫어하면 되겠네." 론이 희망적으로 덧붙였다.
나에겐 선택권이 있어, 나에겐 선택권이 있어, 나에겐 선택권이 있어-
"고마워, 로널드." 헤르미온느가 빈정끼를 억제하지 못하고 톡 쏘아붙였다. 그녀의 총명한 눈이 페이지 더 아래를 훑어 내려갔다.
"이 저주엔 두 단계가 있어. 돌이킬 수 있는 단계와, 돌이킬 수 없는 단계... 음...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그러니까 리들이- 특정 상대방에게, 그러니까, ...애정을... 느낄 때마다- 내말은, 깊은 애정, 단지 '아, 쟤 좀 귀여운데' 그런 거 말고- 그 저주는 처음엔 일종의 예비단계로 진입 해서, 날카로운 내부 고통을 유발해. 그 고통의 출처는 분명치 않지만, 확실한건, 피해자의 감정이 강하면 강할 수록, 아픈 정도도 더 심해진대... 이 단계에서는, 그치만, 저주가 아직 양성이기 때문에, 죽지는 않아."
"젠장" 론이 다시금 투덜거렸다.
그 빨간머리 청년의 언급을 무시하며, 헤르미온느가 그 닳고 헤진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의 목소리가 문장을 읽어 내려갈수록 살짝 더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피해자의 애정이 순수하고, 불변의, 진실한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 그 저주는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해.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예비단계에서의 고통은 멈추고, 대신 저주는 피해자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해. 차츰차츰 피해자가 약해지고 약해져서..."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말꼬리를 흐렸지만, 눈은 계속해서 글씨 행렬을 따라 움직였고, 그녀의 머리가 말도 안되는 이 쓰레기같은 의미를 접수해나갔다.
피해자를 향한 상대방의 마음이 클수록, 피해자가 살아남는 시기가 길어진다. 그리고 비록 저주가 피해자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빨아들이긴 할 것이나, 상대방의 피해자와의 단순한 신체 접촉을 통해 약간의 에너지를 회복할 순 있다-
헤르미온느가 페이지에서 눈을 떼었다. 그녀의 머리가 욱신욱신 아파왔고, 심장이 쿵쾅거렸고, 마음은 흐리멍텅했으며, 양손은 차가웠다. 마구 토할 것 같았다. 리들이 아니라, 그녀야 말로 학교 병동에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두뇌에 쳐진 거미줄을 털어내려고 고집스럽게 머리를 흔들며, 헤르미온느의 라테빛 눈동자가 방금 읽다 만 페이지의 한가운데로 다시 돌아갔다. "으음, 말했듯이, 이건, 피해자를 점점 더 약하게 만들어. 결국엔..." 헤르미온느가 그 고풍스러운 글씨체를 바라보며 눈을 깜박거리며, 망설였다.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필요의 방'에 정적이 가득 메워졌다. 마침내, 론이 쾌활하게 말했다. "이런, 다들 늘 사랑은 아픈 거라더만.. 리들이 아주 그냥 힘든 방법으로 몸소 체험하게 생겼네..."
헤르미온느가 론을 향해 어찌나 재빨리 고개를 돌렸던지, 뒤로 올려 묶은 머리채가 그녀의 왼쪽 뺨을 철썩 때렸다. 그녀가 론을 노려보자, 그가 얼굴에 머금었던 히죽 웃음을 떨구며 말꼬리를 흐렸다.
"로널드, 사람이 죽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녀가 왜 톰 리들의 편을 들며 얘길 하는지 도무지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인간에 대한 존중은 지키도록 노력해봐."
"죽는 거야?" 라벤더가 무릎을 오므리고 왔다 갔다 몸을 흔들면서 흥미롭게 물었다. "확실히?"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두 팔이 마치 어깨에 엄청난 무게로 달라붙은 납덩이 같이 느껴졌다. 그녀는 왜 그녀가 생각만큼 그 결론이 기쁘지 않은지 궁금했다. "글쎄, 책에 역주문에 대한 언급이 없고, 엘 부인도 치료가 힘들다고 하셨으니까..."
헤르미온느가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 책을 들어올렸다. "게다가 일단 '좋아하는 마음' 이 '사랑' 으로 진화하면, 저주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들어간다고 했잖아. 그 말은 진행 방향이 앞쪽 밖에 없다는 뜻이니까, 유일한 결론은..."
"그자가 널 사랑하는 거 같던?" 론이 목소리에 거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오, 아니." 그날 오후는 완전히 어리벙벙한 폭로로 가득한 날이었지만, 헤르미온느는 그 것만은 여지없이 믿길 거부했다. "내가 아무리 상상력을 부풀린다고 해도, 최대한, '좋아하는' 정도야."
이런 문제를 이런 식으로 객관적으로 토론하는 경험은 조만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들이 상대하는 자는 바로, ' 톰-볼드모트-경-내-부모님을-죽인-리들'이라는 건 그녀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조만간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갈 지도 몰랐다. 그것도 전부 그녀 때문에. 그것은 그녀의 친구들 그 누구도 눈꼽만큼도 공감조차 못하는, 그런 감정이었고, 죄책감이었고, 완전히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친구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걸 이해했다. 그녀는 정말이지 그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여기 앉아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톰 리들의 사망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착한 사람들이어야 하지 않나?
난 선택권이 있어.
"나 다음 생에서 리들의 어머니를 갖고 싶어." 라벤더가 짖궂게 미소를 지어며,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헤르미, 이거 좀 동화 같지 않니?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리들이 너랑 사랑에 빠져서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대신에, 죽는다는 거지."
역시나 오늘도 라벤더의 모든 걸 환상적으로 줄여서 말하는 능력이 발휘되었다.
헤르미온느는 건성으로 미소를 지어보인 후에, 다시금 벽난로의 춤추는 불꽃들을 응시하며,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사항들을 고려해 보았다.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건 확실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앉아있는 구경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여기 헤르미온느-꼬마-집요정-해방-운동가-그레인저가 앉아서, 훗날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 또 그 친구들의 가족들을 살해하게 되는 인간을... 동시에 지난 몇 달간 기이하게도 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던 인간을, 어떻게 하면 가장 신속히 죽일 수 있나를 심사숙고하고 있었다.
그들이 격렬한 싸움을 했던 날 밤,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던 리들의 이미지가, 분노와, 지금 생각해보니 고통이 점철된 그의 두 눈이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뼈아픈 말이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단 한번이라도 진정으로 미움을 받아본 적 있니, 네페르타리? 단 한번이라도 네 친 혈육인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아본 적은?
단 한번이라도 네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여자에게 네 발로 기기도 전에 저주를 맞아본 적은 있어?"
그 기억은 곧, 리들의 그녀의 선물을 받고 혼란스럽지만 명백히 기뻐하던 표정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그가 오늘 그녀의 커피 테이블에 남긴 쪽지에 써있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어쩌면, 아주 조금 어쩌면, 톰 리들은 결국엔 감정을 느끼는 지도 몰랐다.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선택을 했다.
"좋아, 잘 들어. 이번 딱 한번만 말할 거니까." 헤르미온느가 치명적인 저주와 그 증상들을 여전히 손에 든 채로, 풀쩍 일어나며, 돌연히 외쳤다. 그녀가 드레이코, 론, 라벤더, 해리, 그리고 지니를 차례차례 가리켰다. "너희들 모두 내말 잘 들어."
론이 해리쪽으로 고개를 틀고는 투덜거렸다. "이런, 우리가 뭔가 말을 잘못했나보다. 훈련교관님이 돌아온 걸 보니."
헤르미온느가 건조한 미소를 지은 후에 심각한 눈빛을 하고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의 빛나는 초록빛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되면, 내 식대로 진행할 거야. 너희들 중 아무도, 어떤 때에도, 내 행동이나, 내 동기에 의문을 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또 사전에 내 허락 없이 그 어느 식으로도 개입하지 말아줬으면 해." 그녀가 살짝 숨이 가쁜 듯 말을 멈춘 후, 빼놓은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없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마지막 세 마디를 했을 때, 그녀의 목소리엔 너무나도 익숙한 여학생 회장으로서의 권위가 가득했다. "알겠니?"
라벤더가 키득키득 웃고는 어깨너머로 그녀의 윤기나는 머리칼을 찰랑 넘긴 후에, 헤르미온느에게 절도있게 거수경례를 해보였다. "알겠습니다!"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반응을 기대하며 바라보았다. 족히 일분 동안, 그의 초록빛 눈이 '미온느, 이 일 너 하지마' 라는 말을 담고 그녀의 '이게 우리의 유일한 진짜 기회야, 해리' 라고 말하는 초콜렛 빛 눈을 뚫어지듯 쳐다보았다.
둘 중 누구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고, 둘 중 누구도 조금도 지려하지 않았다...
그러다 해리가 이윽고 암묵적인 동의의 한숨을 내쉬며, 철수한다는 듯 양 손을 들었다. "알아, 알아. 네가 감당할 능력이 된다는 거. 하지만 미온느, 지금 당장 내가 물러난다고 해서, 내가 이 계획에 기뻐한다는 뜻은 아니다."
"알아, 해리. 정말로. 나도 정확히 기뻐서 춤추고 싶은 기분은 아냐." 헤르미온느가 그녀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빗어 넘기며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질주하는 심장박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깊고 느린 숨을 들이켰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눈이 멍하니 텅 빈 공중을 응시했다. "자, 그럼, 해 보자."
이 글의 저작권은 원작자이신 Lady Moonglow 님과 번역자이신 모건르페이 님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