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헤르] Have You Ever (단 한 번이라도) 26 : 뒤섞인 신호들
[리들/헤르] 단 한 번이라도 26 : 뒤섞인 신호들
작가공지: 신물이 드레이코와 톰 주변에서만 이상한 현상을 보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아브락사스 말포이 주변에 있을 때에도 달아올랐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네, 톰은 헤르미온느가 미래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가 톰의 손을 잡음으로서 저주 증상에 약간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톰의 생명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일시적인 것일 뿐이죠.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이 "톰이 죽나요?"인데... 흠, 제가 주인공이 죽는 결말을 좋아할 까요? 또 그게 정말로 여러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까요?
제 26장. 뒤섞인 신호들
(부제: 단 한 번이라도 믿고 맡긴 적이 있나)
1944년 12월 25일 토요일
저녁 6시 50분
"크리스마스의 일곱 번째 날 내 진정한 사랑이 내게 주었지이이이: 헤엄치는 일곱 마리의 백조와, 여섯 마리의 거위-"
"누가 쟤 입 좀 닥치게 할래?" 교수님들과의 크리스마스 만찬이 차려진 대연회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한 2층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드레이코, 헤르미온느, 해리, 지니, 그리고 론 앞에서 라벤더가 폴짝폴짝 뛰자, 드레이코가 성질이 나서 투덜거리며 라벤더의 등에 지팡이를 겨누고 마구 흔들었다.
해리가 지니, 론과 함께 나누던 퀴디치 토론을 멈추고 그의 에메랄드 빛 눈을 무언의 즐거움으로 반짝이며 드레이코에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내 능력 밖이다, 친구."
"-세 마리의 프랑스 닭들과, 두-우 마리의 거북이 비둘기들-"
"주문은 쏘지 말고 쟤 좀 그치게 해 봐." 헤르미온느가 이를 갈았다. 그녀의 목에서 '기원의 신물' 이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젠 그 보석은 시도 때도 없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그녀가 톰 리들과 함께 있을 땐 그렇지가 않았다.
"지켜봐." 드레이코가 능숙하게 지팡이를 손가락 주변으로 휘리릭 돌리더니, 슬리데린 공동 휴게실로 내려가는 복도 쪽 갈림길을 향해 조준하면서 무심히 덧붙였다. "내 믿음직스러운 몰이꾼 방망이를 소환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내가 친애하는 할아버지와 했던 모든 연습의 성과를 발휘할 시간이다..."
비록 헤르미온느는 이 금발 슬리데린이 휴일 야회 무도회에서 했던 다소 격분스러운 행동들에 대해 그날 아침 강아지 표정을 지으면서 불쌍하게 그녀의 용서를 구하면서 상당히 비싼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자 마지못해 그를 용서하긴 했어도, 그가 지금 한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 "드레이코!"
"긴장 풀어, 네프. 쟤한테 신체적으로 공격하려는 건 아니었어." 드레이코가 점잔을 빼어 느릿하게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 퍼진 능글맞은 웃음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게 하는 증거였다. 매끄러운 백금발 머리칼의 앞머리를 뒤로 넘기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헤르미온느의 귀에 기대고 짓궂게 덧붙였을 때 머리칼이 얼굴로 아무렇게나 흘러내렸다. "그냥 대충 쟤 머리 쪽 방향 근처로 금속 공을 치기만 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자신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지는 걸 느꼈고, 믿기지가 않아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내젓고는 가볍게 그의 어깨에 주먹을 먹였다. "설마 안 그러겠지!"
"내가 안 그럴 거라고?" 드레이코가 낮게 뭐라고 궁시렁거리더니 마치 커다란 고통에 잠겨있기라도 한 듯 양쪽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드레이코의 명백한 괴로움에 싱긋 웃음이 지어지려는 걸 참으며, 헤르미온느가 전혀 동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팔짱을 가로질러 끼며 그에게 눈썹을 올려보였다.
드레이코가 그 표정을 감지했다. "멀린 맙소사, 네프, 나 좀 봐 줘라." 그가 사람 좋게 외치면서 간청하듯 두 팔을 벌리고는 마치 그녀가 왜 그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그 여학생 회장을 향해 분이 나서 고개를 기울였다. "쟨 얼어 죽을 온 종일 저러고 있잖아!"
"다아아섯 개의 금반지들!" 라벤더가 날카롭게 목청을 떨며 머리 위로 두 팔을 휙 던지면서 대연회장으로 가는 층계의 거대한 대리석 계단을 위험스럽게 빙글빙글 돌며 내려갔고, 그녀의 레이스 달린 초록색 스커트가 다리 주변으로 마치 낙하산처럼 펼쳐졌다.
그래, 어쩌면 드레이코의 말에 일리가 있을 지도 몰랐다.
헤르미온느는 문득 해리와 지니가 프레드와 조지의 정신을 받들어,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녀에게 말 안 듣는 1학년생들에게 쓰라고 엄격한 사용법과 함께 편리하게 건네 준 '자폭 스내플 팝스' 가 기억났다. 그녀가 그 장난 사탕을 포장지를 찢은 그 순간 확 쓰레기통에 쳐 넣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그 커플과의 우정 때문이었다.
그녀가 심각하게 그 팝스 사탕들 중 하나를 소환할까 고민하기 시작하던 찰나, 론이 기꺼이 보고했다. "음, 친구들아, 내가 가마." 론이 힘 있게 무리들에서 박차고 나가 재빨리 그의 여자 친구 옆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헤르미온느는 론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개의 파트ㄹ- 우우우!" 라벤더가 기쁨에 들떠 째지는 소리를 내며, 론의 입이 그녀의 입을 침묵시키자 깔깔 거렸다.
-그런 계획이었군. 헤르미온느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입을 맞추고 있는 쌍을 향해 콧등을 찡그렸다. 그녀의 보다 보수적인 일부가 속에서 합창을 했다.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을, 망측해,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각을 하다니, 망측해! 망측해!...
"오, 크리스마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드레이코가 생각에 잠겨 손으로 딱 소리를 내며 해리의 팔을 툭 쳤다. "에반스, 네 투명 망토 좀 빌려주라."
지니가 드레이코를 흥미롭게 흘긋 보았다. "한밤중에 랑데부라도 있나 봐, 뒤 라크?"
"그래, 호그스미드에 지금 문 연 상점이 하나뿐이라서." 금발 슬리데린이 인상을 찡그렸다. "씨 살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걸 깜박했거든. 하지만 뭐 반짝거리고 비싼 것이기만 하면, 날 용서해 줄 거야. 혹시..." 그가 극적으로 말을 멈춘 후에 지팡이를 거창하게 휘두르며 계속했다. "새해 깜짝 선물이라고 하면 어떨까."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위를-으웨웩, 야야, 헤르미온느 네가 애니! 그녀가 자신을 꾸짖었다. 결국, 그녀도 이제쯤은 저런 광경에 익숙해졌을 때도 되었는데 말이다.
"그래, 그 게 먹혀들길 행운을 빈다." 해리가 실제로 소리 내 웃으며 자신의 헝클어진 검은 머리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빌려줄게. 어디 있는지는 알지. 그저 흠집만 내지 말고 돌려 줘. 안 그랬다간 너 네 은행 계좌의 반은 빚지게 될 테니까."
모두가, 단지 론과 라벤더뿐만이 아니라, 해리, 지니, 그리고 물론 드레이코까지- 슬리데린 후계자의 저주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발견한 이래로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그들 모두가 몹시도 행복해 했고, 몹시도 태평해 했다.
"열라 그녀석이 그럴 때도 됐지!" 그녀가 그들에게 얘기했을 때, 론이 거의 참을성이 바닥난 목소리로 말했었다. "이제 우리 드디어 우리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거야.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서."
"그래, 1940년대에 사는 것이 평범한 일인 모양이야." 지니가 눈을 굴리며 덧붙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반면에, 그저 론이 그렇게 쉽게 내뱉은 것처럼 '그녀의 인생을 살 수'가 없었다. 비록 그녀가 필사적으로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녀가 1944년으로 돌아오기로 동의했었던 날을 '리덕토' 로 무참히 날려버리고 싶긴 했어도.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톰 리들은 이제 그녀의 삶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눈치를 챘건 말건, 좋아하건, 말건. 그를 거의 매일 아침, 그리고 매일 밤 보았고, 주문에 대한 생각들이나, 숙제 비결들, 심지어는 결과까지 교환했고, 그의 한없이 깊은 폭풍 회색빛 눈동자 뒤의 신비를, 그리고 심지어는 그의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그의 이따금은 위험하지만, 이따금은 예기치 않게 매력적인 성격의 특징들을 깨치려고 애썼다... 그저 그녀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계단 위에서 입술이 찰 달라붙어 있는 론과 라벤더를 지나가게 되자, 살아남은 소년의 투박하게 잘생긴 얼굴에 또 다른 미소가 싱긋 터졌다.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윙크를 했다. "내가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결코 몰랐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저 둘이 사귀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동감이야." 그 둘이 만들어내고 있는 생생한 공연에도 불구하고 론이 라벤더를 멈추게 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고맙게 여기며, 헤르미온느가 멍하니 투덜거렸다. 그 무렵 그녀와, 드레이코, 해리, 그리고 지니는 층계 밑에 다다라서 발걸음을 늦추고, 론과 라벤더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둘 다 입 다물어." 지니가 목소리를 낮추고 험악하게 끼어들고는 어깨너머로 시선을 던져 키스 중인 그녀의 오빠와 오빠의 여자 친구를 흘긋 보면서 동시에 그녀의 탐스러운 주홍색 머리채를 포니테일 모양으로 모아 묶었다. "저 여자를 새언니로 맞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말이 나오겠지."
드레이코의 두 눈이 사악하게 빛났고, 순간 매우 플뢰르 스러운 목소리로 그가 소곤거렸다. "맞아앙, 자기-드을! 또 무승 드라마가 생기능지 우리한테 계속 알려 줄 거징?"
무심코 올려 묶은 머리의 엉킨 부분을 풀다가, 지니가 드레이코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즐거움으로 빛나는 헤이즐넛 빛 눈에 즐거움과 짜증이 교차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알려주는데, 드라아-코 자아-깅" 지니가 똑같은 조롱기를 담아 되 소곤거리며 드레이코 눈의 사악한 반짝임을 흉내 내며 능글거리면서 두 눈썹을 올렸다. "오빠 진짜 지금 호모 같이 들렸던 거 알지!"
"어이,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마치 총알처럼, 론이 딱 그 순간에 맞춰 계단을 힘 있게 뛰어내려와 대화에 재합류했다. 론은 스웨터를 똑바로 펴기는 했지만, 뭐하다 왔는지 여실히 표가 나게 잔뜩 헝클어진 오렌지 빛 빨간 머리는 내버려둔 채, 흡족한 표정으로 그를 쫓아 내려오는 라벤더를 자신 쪽으로 당기면서, 그러는 내내 손가락 하나를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드레이코에게 마구 휘둘렀다. "해리, 내가 너한테 뭐랬냐? 그렇게 몇 년 동안 말했는데도,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더니만-"
라벤더가 전염성이 강한 웃음을 깔깔대고 내뱉었고, 드레이코의 얼굴에 폭발한 완벽하게 끔찍스러운 표정은 너무나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였다. 이성애자가 아닌 이반인 드레이코의 이미지는 헤르미온느의 과도하게 깐깐한 마음에 너무도 몹시 유쾌하게 다가왔고, 그래서 그녀는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푸후훗 하며 느닷없이 막으려다 실패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드레이코가 즉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프, 너 진짜 전혀 젠장 맞게 도움 하나도 안 되는 거 알고는 있지."
장난스럽게, 헤르미온느가 손으로 입을 막았고,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손바닥을 통해 중얼거렸다. "그 춤에 대한 복수야, 친애하는 드레이코."
드레이코가 그녀에게 어찌나 잔뜩 불만을 품은 험악한 인상을 찡그려 보였던지, 헤르미온느의 눈썹이 쾌활하게 올라갔고, 이어서 끅끅 거리며 또 다른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무리로부터, 대연회장의 웅장하지만 익숙한 나무문으로부터, 그리고 그 속에서 풍기는 감질난 저녁식사 향으로부터 한 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난데없이, 뭔가 부드럽고, 얇고, 서늘한 것이 그녀의 손 안에 스윽 하고 생겨났던 것이다.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흠칫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 물체를 본능적으로 감싸는 동안 그녀의 팔이 딱딱해졌다. 조심스럽게, 그녀가 신중히 주변을 흘긋 둘러보았고, 아주 살며시 손아귀를 풀자, 익숙한 노란 양피지의 작은 쪽지가 드러났다.
멀린 세상에.
그녀의 심장이 쿵쾅거려왔다. 헤르미온느가 다시금 손을 확 오므렸다.
그에게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왜 그것이 그토록 갑자기 그녀를 이렇게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일까?
은밀히, 헤르미온느가 다른 애들을 흘긋 돌아보았지만, 그들은 어떤 이상한 것도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론은 여전히 그의 과거 숙적의 성적 취향이 어느 쪽인지 늘어놓으며, 상당히 즐기고 있는 듯 보였고, 반면 드레이코는 몇몇 험상궂은 위협을 하고 있었다.(그의 키스 실력을 의심하다가는 론의 아이를 만드는 능력을 없애주겠다는 으스스한 위협을 포함해서)
티격태격하는 무리들에서 다시금 벗어나서, 헤르미온느는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그가 그녀의 손에 곧바로 쪽지가 나타나게 할 수가 있었던 걸까? 조준한 곳을 볼 수 있도록 입구 홀에 있지 않고서야...
여기, 어딘가 있지 않고서야.
톰이 어떤 고난도 마법을 사용해서 그 쪽지를 그녀에게 보냈는지 알아내려고 하기는커녕, 그 쪽지 자체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조차도 읽지 않고서-나중에 돌이켜 보건데, 분명 그러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을 것이다- 헤르미온느의 날카로운 시선이 슬리데린 후계자 본인을 찾아 그늘진 현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오른쪽으로 호그와트 성 중에 사용이 드문 동으로 향한 어슴푸레한 조명의 부분적으로 외진 구석까지 약 4분의 3 길이 떨어진 곳에서, 한 개의 횃불이 어떤 보이지 않는 바람에 의해 잠시 펄럭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아무튼,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단서였다.
"곧 돌아올게."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지니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마자, 어느새 발걸음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 날씬한 빨간 머리가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관심은 여전히 주요 대화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오, 그런 적 없다고? 흐음, 그 쪽 6학년 때 있었던 한 사건을 떠올려 줄까? 난 생생히 기억나는데, 그 쪽이랑, 블레이즈 자비니랑 한 빈 기차 객실에서-"
"이 웨스트 아녀자야, 너 네가 봤다고 생각하는 걸로 뭐라도 암시할 생각이라면, 네 박쥐 귀신 마법은 내가 너한테 할 것에 비하면 아주 코흘리개 장난 수준으로 만들어 줄 줄 알아."
헤르미온느가 눈을 굴리고는 재빠르게 횃불이 펄럭이는 복도 입구를 향해 몇 걸음을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간신히 딱 맞춰 가장 먼 귀퉁이에서 막 사라지는 기다란 로브의 출렁이는 귀퉁이 끝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무리를 흘긋 바라보니, 영원한 평화중재자인 해리가 참을성 없이 지니와 드레이코 사이에 끼어들고서, 대연회장 문을 확 열어젖혔다.
헤르미온느가 뛰기 시작했다. 복도를 약 20 미터정도 뛰어 내려갔다.
헤르미온느는 그냥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그라는 느낌이...
비록 그녀가 왜 그토록 설명할 수 없도록 그를 쫓아가야하는 필요성을 느끼는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폭발하듯 속력을 내며, 헤르미온느가 첫 번째 모퉁이 가장자리에 다다랐고 몸을 획 돌렸다. 그녀가 그렇게 했을 때의 손가락이 잠시 차가운 돌을 스쳤다. 그리고 그녀가 찾던 사람을 발견했을 때, 죽은 듯 멈춰 섰다. "톰!"
그랬다, 부인할 여지없이 그였다. 두 번째 복도의 반쯤 아래에서 걸음을 뚝 멈춘 키가 큰 슬리데린의 틀림없는 실루엣, 가장 근처에 있는 횃불의 빛에 반사되어 밝게 빛나는 그의 어두운 머리칼의 뒤통수. 그러나... 그가 거친 벽을 찾아 손을 뻗고 그 것을 힘에 겨운 듯이 지지대로 사용하며 불안정하게 돌아보았을 때, 헤르미온느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움직임이 너무도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가 톰 리들만 아니었어도, 헤르미온느는 그가 완전히 술에 떡이 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그는 오늘 아침엔 저렇지 않았었는데.
"네ㅍ...네페르타리?"
저게 그의 목소리인 건가? 헤르미온느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너무도 충격을 받아서 궁금해 했다. 순전히 속삭임이나 다름없이 새어나왔던 것이다. 여전히 언제나 담겨 있을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적인 억양은 존재했지만, 그러나 그래도, 그것은 너무나, 너무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했고, 그가 느리게 중얼거렸을 때 무슨 말인지 거의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였다. "넌 지금 당장 날 쫓아오기로 되어있는 게 아닌데."
올바른 복도를 집어내서 톰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자신의 직관력에 대한 헤르미온느의 흥분은 빠르게 사라졌고, 그녀가 어느 정도는 제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제멋대로 진행되는 것에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탓에 소름끼치는 공포로 변했다. 그녀가 아니마 저주에 관한 어떤 중요한 문장을 놓쳤었나? 한번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면, 대체 얼마나 빨리 진행이 되는 것이었지?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지었다. "맙소사, 톰. 오늘은 크리스마스야." 그녀가 그의 직전의 중얼거린 멘트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움직이지 않는 석고상이나 다름없는 듯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가 그녀의 밤색 머리칼 상대를 잘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의 파리하게 창백한 피부 톤과, 얕고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숨소리로 비추어 보건데, 정말로 석고상이라고 해도 그대로 통과할 수 있을 거란 걸 깨달았고, 그 순간 그녀의 마음 뒤꼍에서 초조하게 끓어오르는 걱정을 부인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호기심에, 그녀가 까치발을 하고서 그의 뒤를 살폈다. "어디 가는 거야?"
톰이 흐느적거리며 그의 어깨너머로 미로처럼 엉킨 복도들로 들어가는 황량한 입구의 벌어진 암흑을 흘긋 바라보았고, 그러다 무표정하게 그의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리고 생기 없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헤르미온느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무반응은 좋은 표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저녁 먹으러 오지 않을 거야?"
마치 그녀가 그에게 주문을 날리려고 하기라도 한 듯, 톰의 얼굴이 어두워 졌고, 그의 턱이 악다물어졌다. 두 눈에 경고의 빛이 튀어나왔다. "네페르타리, 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별안간, 그가 말을 끊고는, 가혹하게 기침을 하면서 비틀거리다가 입을 막으려고 한 손을 들어 올린 찰나 거의 균형을 잃을 뻔했다. 잠시 후, 목소리에 담긴 에너지가 거의 무에 가까운 점까지 빠져나간 가운데, 그가 희미하게 계속했다. "내가... 거기 안 간다는 거... 너 알잖아-"
"알아, 네가 안가는 거 알아." 헤르미온느가 달래듯 끼어들었다. 그의 상태에 대한 그녀의 걱정은 오직 증가되었음에도, 계속 말을 이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 톤에서 참을성 없는 티가 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톰,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 마치 단지 그 하나만으로도 그가 평소 일정을 깨트릴 충분한 이유가 되기라도 하는 듯. 그러다 그녀는 말을 멈추고 그녀의 입술까지 치밀어 오르는 질문 근처를 맴돌았다.
만일 그녀가 이걸 밀고 나간다면, 그녀는 그녀의 친구들에게 많은 것을 설명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도 그럴 듯한 이유를 대야만 할 것이다... 멀린 젠장, 무슨 상관이야? 그녀가 반항적으로 생각했다. 이건 내 삶이지, 걔들 삶이 아냐!
지금이 기회다. 톰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녀도. 그래서, 충동적으로, 그녀가 물었다. "나랑 같이 갈래, 저녁 만찬에? 이번 딱 한번만?"
톰이 그녀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당황한 듯 보였다. "네페르타리..." 그가 그녀의 이름을 마치 부르는 것만으로도 자동적으로 그에게 온전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라도 할 듯 천천히 발음했다. 그의 입가에 유령처럼 희미하게 피식하는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의 이마에 자리 잡은 힘든 듯한 찡그린 선과, 그의 두 눈 아래 자리 잡은 극도의 피로가 담긴 눈 그늘, 그리고 그의 얼굴 위의 생명 없는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데, 그 미소엔 그의 진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은 듯 했다. "이제쯤 됐으면, 너 나한테 그런 걸 부탁하는 것이 얼마나 희망 없는 일인지 알 텐데."
그건 사실이었다.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부탁이 다소 이상적인 생각이란 것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가 학교 인구의 대부분이 휴가를 맞아 집에 돌아간 때에도 대연회장에서 결코 식사를 하지 않을 정도까지 학우들을 자발적으로 멀리하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녀가 그를 설득할 수 있는 길이 항상 있지 않을까...
헤르미온느 네페르타리 그레인저! 너 그런 식으로 그걸 그에게 이용해 먹으면 안 돼!
난 그걸 그에게 나쁜 쪽으로 이용하는 게 아냐. 그녀가 고집스레 반박했다... 아니면, 적어도, 그 생각을 부정적으로만 보진 않았다. 인간들이 그에게 다가가지 않을 거라면, 그럼 그녀가 최소한 그를 인간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도라도 해볼 순 있잖아. 시도하는 데에 무슨 해가 있겠어?
진지하게, 헤르미온느가 그의 굳고, 무심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중요한 일들은 희망이 전혀 없어 보일 때에도 계속 시도한 사람들에 의해 성취되었다지."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의 두 눈이 아래로 내리깔렸다. 그녀가 부드럽게 그의 흐느적거리고, 차가운 오른 손을 그녀의 두 손으로 상냥하게 감싸 쥐었다. 다시 생각한 후, 그녀가 의심스럽게 덧붙였다. "너 사실은 크리스마스에 혼자 식사하고 싶지 않잖아, 그렇지?"
그녀는 "게다가 네가 맞게 될 마지막 크리스마스일 지도 모르는데?" 하고 하마터면 내뱉을 뻔 한 걸 도로 삼키는 동안 토를 할 것만 같았다. 아냐, 아냐! 거기에 대해선 생각하지 마!
톰의 폭풍 같은 눈동자가 마치 그녀의 가장 깊숙한 영혼을 읽으려는 듯 그녀의 눈동자로 파고들었다. 그의 꿰뚫는 시선은 절망스러우리만큼 읽기 어려웠다. 마침내, 그가 소리 나게 한숨을 내짓고는 그의 손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그녀의 손을 흘긋 내려다보았다.
조심스럽게, 그가 그의 긴 손가락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깍지를 끼자 헤르미온느가 혼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때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그러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마치 뒷궁리를 하듯, 그의 극도로 피로한 시선이 그녀를 지나 떠내려가며 그가 이미 지나왔었던 기다란 복도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쫓던 헤르미온느는 즉시 그의 곤경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또한 깨달았다. 그녀가 그를 만져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대연회장을 함께 가느냐, 아니면 각자 헤어지느냐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마 저주가 이미 그의 에너지 수준을 의식을 잃게 하기 직전까지 흡수해버렸던 것이다. 그녀는 그가 조만간 쓰러질 거란 걸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쪽지를 주머니에 넣은 후, 그 갈색머리 소녀가 그녀의 왼팔을 그의 오른팔에 걸어 팔짱을 꼈다. 그녀는 톰의 지친 눈빛이 그녀에게 닿아 미심쩍게 탐색하는 것을 느꼈다. 미심쩍을 만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헤르미온느가 마냥 귀엽기만 해서 '우리 꼬맹이' 라고 별명을 붙인 것이 아니었고, 볼드모트 경이 단순히 다른 몸으로 부활했기 때문에 남들을 내려다보는 장신의 거인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가 그녀보다 적어도 5인치는 더 크다는 사실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정말로, 다른 누구에게라면, 이 일이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닐지도 몰랐지만, 헤르미온느에겐, 톰을 대연회장에서 식사하도록 동의하게 하는 건 엄청난 문제였다. 엄청난. 그러니, 그가 하겠다면, 그녀는 그가 거기까지 가도록 도울 것이다.
격려하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느슨한 어두운 초콜릿 빛 머리 컬들이 얼굴에서 아무렇게나 떨어졌다. "너와 나, 우린 해낼 거야, 알았지?"
톰의 입술이 잠시 동안 약하게, 미약한 시도라고 불릴 수 있는 내키지 않는 식으로 위로 올라갔고, 그리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아아 해 보자고.
헤르미온느가 그녀의 몸으로 지지해 주자, 그가 몹시 조심스럽게 벽을 집고 있던 손을 놓았다.
"천천히." 톰이 그녀 옆으로 무겁게 비틀거려 오는 것이 느껴지자, 그녀가 다른 어떤 뜻이 있어서라기 보단 자동적인 반응으로 다급히 경고했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가냘픈 어깨로 그의 팔 아래를 받쳤다. 멀린께 고맙게도, 그는 아브락사스 말포이(키가 크면서도 우락부락한, 그 망할 녀석) 같은 몸집이 아니었다. "조심해 이제, 그거야 - 조심해!"
갑자기, 마치 돌 마루 자체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톰의 오른쪽 다리가 예기치 않게 그의 아래에서 툭 꺾였고, 헤르미온느가 눈을 깜빡할 사이보다 더 빠르게, 그가 세차게 아래로 무너졌다.
헤르미온느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고, 그 순간 그녀 자신조차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상상조차 못해본 속도로 동시에 그의 병적으로 마른 몸을 바닥을 치기 전에 확 움켜쥐었다. 그녀 몸의 모든 근육 하나하나가 팽팽해지면서, 어떻게든지 그의 무게를 감당할 힘을 찾아냈다. 적어도 톰이 그가 잡을 수 있었던 가장 첫 번째 것을 붙들었을 때 까진. 그녀의 왼팔과 왼 어깨가 너무도 팽팽하게 잡아당겨져서 그녀의 스웨터 깃이 날카롭게 그녀의 목 한쪽을 파고들었을 무렵, 그가 균형을 되찾고 숨을 몰아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의 가슴이 눈에 띄게 격렬하게 들썩였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그의 옆구리로 그녀의 팔을 둘러 안전하게 그의 큰 몸집을 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그녀가 달래듯 속삭였다. 그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녀는 실제로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의 떨림을 느낄 수가 있었다. 비록 그가 완전히 그녀 위로 기절하게 된다면, 그녀의 작은 지지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속삭였다. "자 어서. 나한테 기대."
그들을 누가 본다면 볼만한 한 쌍일 것이 틀림없을 거라고 헤르미온느가 비딱하게 생각했다.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로 마치 그녀가 192cm 장신인 것처럼 고분고분 기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거야." 그녀가 조용히, 차분히 달래긴 했지만... 톰이 힘겹게 떨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무겁게 그의 얼굴 오른쪽을 그녀의 머리 위로 기대 쉬자, 그녀의 두 눈이 충격으로 확 크게 떠졌다. 그의 버거운 숨소리가 다른 점에서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통로 아래로 날카롭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만났던 날 밤부터 지금까지, 비록 아무리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이 단독으로 스스로를 스스로에게만 의지하는 내성적인 슬리데린이 이만큼의 믿음과, 이만큼의 신뢰를 그가 방금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 같이 터놓고 그녀에게 보여줄 거라고는 그녀는 결단코 기대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거야. 넌 괜찮아 질 거야." 그녀가 부드럽게 반복해서 말하며, 그녀의 팔을 더 멀리 그의 허리로 미끄러뜨려 둘렀다. 마치 따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그녀의 손이 그의 등을 작은 원을 그리며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위로하듯 문지르면서, 그녀의 손가락 끝이 살짝 마비가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그 거칠고 낡은 그의 로브 천 위를 반복해서 달렸다.
헤르미온느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금 톰 리들이 그랬던 것같이 그렇게 손쉽게, 그렇게 갑자기, 그렇게 빠르게 넘어지는 사람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특히나 온갖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걸 지켜본 그녀였는데도. 그 사실이 문득 그녀에게 허파가 불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할 정도로 와 닿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붙들고 있는지 기억도 안나는 길고, 깊은 후우우우우우 하는 한숨을 내뱉었다.
주님 맙소사, 무서웠어.
몇 초간 필요했던 휴식을 취한 후에, 그녀는 자신의 머리 위에 놓여있던 톰의 머리 무게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한 번 기침을 한 후에 약하게 목청을 가다듬었다. "미안." 그가 쉰 목소리로, 냉담하게 중얼거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자유로운 손으로 로브를 바로 잡았다. "반사 신경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
그러나, 어둑하고, 깜박이는 횃불 아래에서 조차도, 헤르미온느는 그를 올려다 응시했을 때, 그의 양쪽 귓가와 목 뒷부분이 창피한 듯 분홍빛으로 물들어 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명백히 볼 수가 있었다. 억지로 쾌활한 목소리를 내며, 그녀가 물었다. "한 번 더 해볼래?" 그리고 가볍게 그녀의 손가락으로 그의 등을 두드렸다.
톰이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고, 헤르미온느가 다시 한 번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의 질질 끄는 발자국 소리와 그녀의 일부로 느리게 걷는 걸음 소리를 빼면 복도는 완벽하게 조용했다. 그들이 다시금 조심스럽게 대연회장을 향해 함께 되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순간 그녀의 접촉마저 그를 돕는 것을 거부할 정도까지 에너지를 고갈시키도록 그가 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수브벡투스와 아파레오 마법의 훌륭한 조합이었어, 그나저나." 헤르미온느가 가벼운 대화를 위해 말했다. 그녀의 마음이 애초에 그녀로 하여금 1층 복도까지 그를 쫓아오도록 만든 이유로- 작은 종이쪽지의 등장이었던- 떠돌아 갔다.
톰의 발걸음이 절대로 빨라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헤르미온느는 그가 원래의 흐느적거림을 어느 정도는 극복한 것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그가 똑바로 서서, 이제 더 이상은 그녀에게 전적으로 기대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가 희미하게 말했을 때, 그러나 그의 두 눈은 여전히 피곤하게 감겨있었다. "고마워... 그 두 주문을 동시에 작동시키기 까지 거의 2주가 걸리더라..."
본연의 책벌레 모습으로 돌아간 헤르미온느가 그녀의 고난도 주문 마법 교과서 페이지를 속으로 휘리릭 넘기다가 681쪽에서 멈췄다. "그렇긴 한데, 트랜스페리우스 주문이 그런 일을 하도록 고안된 주문 아냐?"
톰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그를 모퉁이를 돌아 대연회장 바깥 현관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복도로 안내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다시 한 번, 그가 보여주는 믿음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맞아, 한동안 나도 그걸 사용했었지. 다른 두 주문을 합쳐 쓰는 것이 그 주문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걸 깨달았을 때 까진. 두 주문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까지 잘 엮을 수만 있다면 말이야."
"정말?" 헤르미온느가 흥미진진해서 묻고는 속으로 노트를 해두었다. "그거 기억해 놔야겠다." 복도 끝이 잡히는 거리 안으로 나타나자, 대연회장의 쪽문으로부터 행복하고, 흥겨운 잡담소리가 꽤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고는 호기심에 물었다. "톰, 그 쪽지에 뭐라고 쓰여 있었어?"
아무 표정도 없었다. - 놀란 표정도 없었고, 초조함도 없었고, 그의 마음을 드러내주는 그 어떤 표정도 없었다. 아무것도 뭐라도 톰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없었다. 그것이 그가 아직도 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헤르미온느가 수상쩍어 하는 이유 중 일부였다. 그가 가리려고 하는 모든 것들 가운데에서, 헤르미온느는 언제나 그 폭풍빛 푸른색이 감도는 회색 동공을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는 행운의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대신, 헤르미온느가 요 몇 주 동안 그가 사용한 것을 들은 것 중에서 가장 무표정하고, 가장 경계하는 목소리로, 그 슬리데린이 조용히 말했다. "오늘밤 8시 반에 마법약 교실로 와달라고."
헤르미온느의 심장이 더 빠르게 쿵쾅거렸고, 그녀의 발이 거대한 대연회장 문을 바로 코 앞에 두고 멎었다. "왜?" 그녀가 목소리에 의심의 자취가 묻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가 그녀를 해칠 것이라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텅 빈 마법약 교실에서 있었던 그녀의 한 슬리데린과의 마지막 조우가 그녀에게 다시는 그것과 비슷한 위치에 처하고 싶지 않은 시큼한 욕구를 일으킨 것이다.
톰이 마침내 두 눈을 빠끔히 열었다. 그는 그녀와 접촉하고 있던 몇 분간 상당히 기운을 회복한 듯 보였다. "그 쪽지에 그걸 말해줄 수 있는 자유는 부여되어있지 않았는데." 이런 뭔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넌-절대-모르는 걸-난 알지' 하는 식의 능구렁이 같은 미소가 그의 얼굴에 퍼졌다. 그 표정에 어린 어찌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정직함이 그에게 병적인 창백한 안색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매력적인 빛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생각해보니까, 나에게도 없다."
미소가 지어지려는 걸 참으며, 헤르미온느가 그를 노려보았다. "너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구나. 그냥 확 여기다 버리고 가 버릴까 보다." 그녀가 장엄한 나무문 손잡이로 손을 뻗다가 그녀의 팔짱이 껴진 팔이 홱 뒤로 팽팽해 졌을 때, 그녀는 그가 그녀를 따라오고 있지 않음을 알아챘다. 참을성 없이,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그가 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 변모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마치 그녀가 어떤 끔찍한 작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톰의 수려한 얼굴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폭풍이 몰아치듯, 그녀가 톰 몰래 필요의 방에서 파티를 여는 걸 돕고 있었던 것을 그가 발견했던 날 이래로 가장 어두워졌다. 어찌나 어두워졌는지 헤르미온느는 솔직히 그늘 하나가 그의 얼굴에 내려앉은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멀린 세상에, 내가 뭘 어쨌지? 그녀가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짜내며 생각했다. 톰이 단순히 돌덩이 같은 눈초리로 그녀를 응시하는 1초가, 터질 것 같은, 무거운 1초가 흘렀다.
마침내, 낮고, 죽도록 차분하지만 얼음장같이 딱딱한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네페르타리?"
톰의 말투의 갑작스러운 독소 같은 냉랭함에 헤르미온느의 입이 딱 벌어졌고, 그녀가 믿기지가 않아서 그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얘 진담으로 묻는 거야? "뭐?" 그녀가 멍청하게 물었다. 그녀의 마음이 그의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는 설명을 찾아 헤맸다. 오 이런.
어떻게 얜 놀린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는 거지?
"난... 물론 아니지!" 헤르미온느가 말을 더듬거리며, 미친 듯이 이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올바른 말들을 찾았다. "톰..." 그녀는 마치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얼음 같이 싸늘한 물결이 실제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고, 그녀 자신의 핏줄 속의 피들마저 얼어버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제 와서 그를 잃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혀가! 그녀의 입안에 있는 그것이 현재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펄썩 붙어 있었다. 마치 사포로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 "난... 그건- 그건 농담이었어! 사람들끼리 장난삼아 놀리고들 그러잖아!"
그녀의 더듬거리는, 쓰레기같이 어줍지 않은 설명을 들은 척 만 척하며, 그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위태롭게 치명적이고, 격렬한 눈빛을 그녀에게 내려 고정시켰다. 그토록 강렬한 사나움에 다른 어떤 학생이라면 분명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서둘러 도망갈 것이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남자애 돌았나 봐.'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그들 같지 않았다. 오 물론, 그녀도 한 때 그런 적이 있긴 했지만, 그러나 이젠... 그녀는 어쩐지 그런 것에 초탈해 있었다. 이젠, 그녀의 따스한 갈색 눈동자에 어른거리는 감정이라고는 오로지 걱정뿐이었고, 그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겨 눈살을 찡그렸다. 대체 뭐가 그의 변덕스러운 심기를 건드렸을까?
가까이 있던 거리를 벗어나려는 생각조차 않은 채, 헤르미온느가 몸을 돌렸기에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톰의 옆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바로 앞에 서있게 되었고, 그녀의 왼 팔은 여전히 느슨하게 그의 이제-딱딱한 팔과 팔짱을 낀 채였다. 그녀의 마음 일부는 그가 그녀를 여기에 버려두고 복도 아래로 떠나가 버릴 거라고 예상하면서 망설이고 있었지만, 그는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단지 딱딱한 자세로 서있을 뿐이었다.
좋아, 그래 그가 만일 떠나지 않을 거라면, 그녀 역시 그렇게 쉽게 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
집중하느라 눈썹을 찡그리면서, 그 갈색머리 소녀가 재빨리 톰의 배반적일 정도로 무심한 시선을, 그의 의심스러운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그래! 거기에 있었다- 찾고 있었던 것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품고서 찾고 보니, 그녀는 그저 잡아낼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두 눈 속에서 간신히 감지할 수 있는 정도의 그 눈빛을, 그가 그렇게도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는 듯 보이는 그 고통스러운 눈빛을... 어쩌면 그가 그토록 재빨리 펼치는 그 강한 껍데기가 결국엔 제 2의 본능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설득력 있고, 매우 효과적인 방어막에 불과했다는 힌트를.
신속히, 헤르미온느는 덤블도어가 그녀에게 주었던 톰 리들에 관한 모든 자료들을 마음속으로 훑어 내렸다. 그가 인생에서 겪었던 모든 경험들을, 그의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라는 인간, 그의 고아원에서의 시절, 그와 호그와트의 다른 학생들 간의 사이...
그가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헤르미온느는 깨달았다. 그저 그녀에게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리고 전반적인 좋은 상황들에서 조차. 그가 길러진 삶에서 습득한 대로 '이렇게 계속 좋은 일이 일어나다니 분명 뭔가가 잘못 됐어' 하는 식의 눈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해 봤을 때, 그녀는 그가 그러는 것을 정말이지 비난할 수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에게 일어난 일로 그를 정말로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왜냐하면 그가 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직은. 그리고 그가 그 일을 했을 땐, 정말은 지금의 그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은.
하느님 맙소사, 그는 진실로 내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거야!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며,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더욱 발걸음을 가까이 옮겼다. 너무도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구두 앞이 그의 구두 앞과 맞닿았다. 조심스럽게, 그녀가 그녀의 오른 손을 뻗어 가볍게 톰의 조각 같은, 한 치의 군더더기 선도 없는 얼굴의 차갑고 부드러운 뺨을 감쌌다. 그가 주춤했다. 그의 숨이 홱 낚아채지는 것이 들렸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꽉 다물어 있던 턱이 그녀의 손길 아래에서 느슨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톰." 갈색머리 소녀가 상냥하게, 부드럽게, 온 진심을 다해 솔직하게 속삭였다. 그가 자신이 그랬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 더욱 깊숙이 그의 얼굴 뺨을 기대오자, 이런 조그마한 미소가 그녀의 입술 언저리를 위로 끌어당길 것 같았다. "난 절대로 대연회장까지 널 내내 끌고 와서 이 문 앞에 널 버리는 짓은 하지 않아."
그가 걸치고 있던 차가운 가면이 벗겨지면서 톰의 눈빛 뒤로 폭발한, 터질 듯한 속도로 소용돌이치는 상처투성이의 감정에-그의 표정에 드러난 거친 감성의 그 순수한 거대함은 말할 것도 없이- 헤르미온느조차 질식할 정도로 놀랐다. 그 감정에 동화되어, 그녀가 그를 지켜보자, 나타났던 것만큼이나 빠르게 그의 두 눈이 꽉 감겼고 그의 고개가 날카롭게 그녀로부터 확 돌려져 그의 보호막에 갈라진 틈을 감췄다.
안도하며, 헤르미온느가 공기를 내쉬었다. 그래. 나 아직은 그를 잃지 않았어. 가볍게, 그녀가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잠시 주저한 후에, 재빨리 덧붙였다. "그리고 그건 정말 진심이야."
나 정말 그건 진심이야.
그 문장이 그녀의 입을 떠난 그 순간, 그 어떤 경고도 없이, 어지러운 물결이 헤르미온느의 머리를 마치 정신적인 해일과도 같이 덮쳐왔다. 완벽하게 그 순간 멍해지고 시간이 그녀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에서만 멈춘 것 같은, 위가 목구멍까지 뛰어 오르고, 피가 돌진해서 관자놀이에서 쿵쾅거리는 그런 드문 때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바로 그 한 순간, 모든 생각들이 무아지경으로 정지해 버렸다.
두 생각만을 제외하고.
첫 생각은 소름끼치는-'소름끼친다'는 말이 맞는 표현이기는 한 것일까?- 깨달음이었다. 그녀가 그에게 한 말이 정말 진심이었다는 깨달음. 그것도 그녀가 가진 모든 가장 진실하고, 가장 순수한 의도를 담은 그런 진심이었다는.
하느님 맙소사... 감히 그녀가 그것을 생각조차 할 수 있을까?
나 혹시- 나 혹시 사ㄹ-?
하지만 넌 그럴 수 없어! 그녀의 이성이, 그나마 아직 백기를 내던지고 항복하지 않은 조그만 이성이, 그 생각이 스스로 끝을 맺기 전에 맹렬하게 그 생각을 잘랐다. 그는 죽어가고 있어! 이게 어디로 진행되든, 어디로라도 진행된다면, 넌 오직 상처만 받고 끝나게 된다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두 번째 생각이 도달했다. 그녀를 정말로, 확 내리 덮쳤다. 어찌나 강렬히 쾅 내리쳤는지 그녀의 먼 시야가 흐려지고 노래져서 그 힘에 거의 기절할 정도였다.
순수한 공포의 물결이었다.
절대적으로, 완전무결하게 그녀를 마비 시켰다. 그녀가 톰 리들에게 느끼기 시작한 이것은. 그녀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웠을 때 느꼈던 종류의 공포라거나, 그녀가 아끼던 사람들과, 친구들이 그녀의 바로 눈앞에서 죽었을 때, 혹은 그녀가 부모님이 없는 텅 비고 불확실한 삶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공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아니, 이 공포는 새로운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낯선 영역이었고, 그리고, 그렇기에, 그녀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더하지 않다면, 이것에 무기력해졌다.
막연하게, 그녀는 혹시 톰도 그녀와 있으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던 건지 궁금했다.
"들어가자."
그것이 그녀를 현실로 확 돌아오게 했다. 톰의 목소리였다. 이전의 싸늘함에 비하면 상당히 부드러워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언저리에 약간 무뚝뚝함이 묻어있었다. 헤르미온느가 힘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빠르게 깜박거려지는 동안 그녀가 자신을 추스르고는 그에게 다시 시선을 고정했다. "미안, 뭐랬어?"
톰의 회색 눈이 다시 떠졌다. 그의 차분한 얼굴엔 그가 방금 겪었던 감정의 소동의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그의 목소리가 살짝 긴장되어 들리긴 했지만. "뭐라고 했냐면, 그러니까 우리... 알잖아..."
헤르미온느가 그에게 질문조로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모르는데.
차분하게, 그가 그들의 팔짱이 껴진 팔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너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 바라지 않을 거 아냐."
헤르미온느는 론의 시간 여행을 준비한 가방에서 말레간네 마법으로 봉인되는 콘돔 상자를 발견한 날 아침 이래로 이렇게 실망스러운 기분이 든 적은 없었다. "그래, 그렇지. 물론이야." 그녀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동시에 그의 얼굴에서 손을 떨어뜨리고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그의 팔에서 그녀의 왼쪽 팔을 풀었다.
헤르미온느의 받쳐주는 힘이 없어지자, 그녀의 키가 큰 슬리데린 상대가 불안정하게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감을 되찾았다. "괜찮겠어?" 그녀가 걱정이 되어 묻고는, 실망감을 상자에 담아 테이프로 꽁꽁 닫아서 그녀의 마음 뒤꼍으로 쑤셔 넣었다. 오, 걱정 마. 그는 아직 널 사랑한다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그 생각이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것만큼이나 빠르게 그녀의 도덕심이 그 생각을 실망 상자 뒤로 쑤셔 밀었다.
그렇지만, 유혹적이기는 했다. 헤르미온느가 문득 슬리데린의 후계자에게 행사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 힘이. 그랬다. 그녀 역시 인간이었기에, 그 생각이 때때로 그녀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고, 그래, 그녀가 원한다면, 그를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도 맞았다. 6개월 전이라면, 그녀는 정말로 그렇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의 마음이 이 상황을 이용할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럴 리는 거의 없었지만... 그녀는 그 과정에서 도리어 그녀의 가슴이 먼저 다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살며시 들었다.
나무문의 부드럽고 반짝이는 덧칠에 손을 기대 쉬며, 톰이 그의 밤색 머리를 그녀 쪽을 향해 돌렸다. 그의 회색 눈은 못마땅한 빛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전혀 그런 기색이 아니었다. "네페르타리, 적어도 나에게 조금의 신용은 보여줘야 하는 거 아냐. 나 이만큼 까지 왔잖아, 안 그래?"
그 말투에 담긴 빈정거림에도 불구하고, 헤르미온느는 웃음이 지어지는 자신을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그러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어떤 암묵적인 동의처럼, 톰이 그 거대한 대연회장 문을 밀어 젖혔다. 그의 에너지 수준이 충분히 회복되어서, 그 행동을 하는데 많은 수고가 요구되진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잠시 동안 밝은 빛의 분출에 눈이 머는 것 같았다. 그러다, 그녀의 두뇌가 휴일 야회 무도회의 남은 요리의 압도적인 향에 잠겨들면서, 입안에서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톰이 무심히 문에 기대서서 그것이 열려 있도록 한 후에 격식을 차리지 않은 동작으로 마치 '너 먼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손을 밖으로 뻗었다.
그에게 또다른 간결한 웃음을 지어보인 후에, 헤르미온느가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톰이 재빠르게 조용히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당겨 닫고는, 그녀의 바로 뒤에서 따라왔다. 너무 가까이 따라와서 그녀는 그의 존재를 실제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의 감각들이 아직 대부분 휴일 무도회 장식을 하고 있는 대연회장을 감싸는 반짝거리며 화려하게 빛나는 화환들을 음미했다. 명랑한 대화의 재잘거림과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거대한 방 앞으로부터 울려 퍼졌고, 그 때 헤르미온느는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조그맣게 뒷걸음을 치는 것을 보았다. 아니 봤다기보다는 느꼈다.
오 어림없어. 그럴 수야 없지!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헤르미온느가 그의 얼음장 같은 손을 덥썩 잡고서 단호히 연회장 상단에 있는 길지만 북적한 한 식탁을 향해 걸어갔다. 그 식탁엔 디펫과 덤블도어를 포함한 교수진 몇몇이 앉아있었고, 해리, 지니, 론, 라벤더, 또한 드레이코가 한창 식사 중이었으며, 필리스와, 제이콥, 젊은 미네르바 맥고나걸과, 다른 몇 명의 헤르미온느는 모르는 저학년 학생들도 있었다.
깔깔 거리던 도중에, 필리스가 헤르미온느를 발견하고는 밝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론이 틀림없이 곁눈으로 그 흔드는 손을 본 모양이었다. 그가 식탁에 있는 시나몬 수플레란 수플레는 모조리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던 여정을 멈췄기 때문이었다. "멀린 젠장, 헤르미온느, 너 1층에서 길이라도 잘못 들어섰냐- 오."
론의 커다랗고 신랄한 "오" 소리에 실제로 그 테이블에 앉아있던 모든 참석자들이 식사를 멈추고 고개를 들거나, 아예 완전히 몸을 틀어 두 학생회장을, 아니 보다 정확히는, 그녀의 옆에 있는 남학생 회장을, 빤히 바라보게 되었다.
톰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신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생각들이 양쪽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이건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우우우우, 로널드 위즐리 너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하고 쟤들이 날 죽이려 들 거야, 쟤들이 날 죽이려 들 거야...
그녀가 얼마나 쉽게 감정들을 뽑아낼 수 있는지 정말이지 섬짓했다. 극도의 놀란 표정이 교수들의 얼굴 모두에 번져 있었고, 저학년 학생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초조하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 여행자들은... 뭐, 그들은 믿기지 않는 혼란에서부터, 이내 깨달았다는 표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정을 조금씩 다 담고 있었다. 비록 론의 얼굴에 어린 공개적인 증오는 여지없이 명확했지만.
살그머니 그녀의 오른 쪽 너머로 살짝 엿보며 론이 그에게 그런 눈빛을 던질 근거가 되는 그 어떤 짓도 톰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헤르미온느는 그 슬리데린이 그녀의 뒤에서 그저 무관심한 표정으로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은 이 "따뜻한" 환영에 전연 영향을 받지 않은 무감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뭔가가, 그러나, 뭔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었고, 아래를 흘긋 내려다본 그녀는, 살짝 깜짝 놀라며 그것이 그가 눈에 띄지 않게 그녀에게서 자신을 떼어내려고 애쓰는 그의 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우리의 '침착 차분 씨' 가 보이는 것 만큼 태연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식탁에 있는 모든 사람 하나 하나를 향해 왈칵 분노가 솟구쳤다. 그렇게 재빨리, 그렇게 가차 없이 심판은 잘하는 그들이면서, 용서하고 잊는 것은 그렇게도 느리다니. 헤르미온느는 고집스럽게 톰의 저항하는 손을 더욱 꽉 쥐고는 론을 은밀히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그녀가 론의 점점 빨개지는 얼굴을 날카롭게 무시하면서 밝게 말하고는, 버럭 돌아서서 교수진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날리며, 일부러 톰의 '날 놔' 라고 선명히 말하고 있는 탐구적인 꿰뚫는 시선을 못 본 척 피했다. "교장 선생님, 교수님, 저희가 늦었죠. 죄송합니다."
우아아아, 그녀는 어색한 침묵이 진짜 싫었다!
처음 말문을 연 사람은 덤블도어였다. "전혀 그럴 거 없단다, 헤르미온느." 그가 그녀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들의 친척이라는 설정에 맞춰서 행동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쌍을 맞이하며 우아하게 한 손으로 식탁 끝에 있는 빈자리를 가리켰다. 그의 시선이 흥미롭게 그녀와 톰의 깍지를 낀 손에 닿아 머물렀다. "둘 다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것 같구나."
"정말 훌륭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헤르미온느가 외교적으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다년간의 우정이 그녀에게 해리의 강렬한 에메랄드 빛 시선이 방금 그녀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고 경고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감당하는 것은 너무 버거웠다! 헤르미온느는 그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할 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톰과 다른 나머지 세상 사람들이 바로 여기에 있는 지금은... 그리고 그녀는 그러는 동안 그녀가 받을지도 모르는 그 어떤 노려보는 시선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들을 무시해... 그냥 그들을 무시해...
그녀는 턱을 치켜들고서 톰을 데리고 빈자리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 현명하고 늙은-아니, 젊은 빨간 머리 교수가 그의 전지전능한 목소리에 온화한 호기심을 담아 덧붙였다. "톰, 여기에서 보게 되어 정말 반갑구나."
고마워요, 알 삼촌. 톰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길만큼 충분히 멀리 비켜나 준 미네르바 맥고나걸 옆에 털썩 앉으며, 헤르미온느가 속으로 무릎을 꿇고 받아 마땅한 존경을 덤블도어에게 표했다.
수월하게 덤블도어의 매우 높은 위치에 있는 눈높이를 맞추며, 톰이 식탁 너머에 있는 미래의 교장선생님을 마치 도무지 파악할 수 없다는 듯 잠시 동안 응시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가 결국, 단조로운 어조로 하지만 약해진- 이에 드레이코가 히죽 미소를 지었다-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서,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았다. 덤블도어 역시 다시 그의 자리에 앉았지만, 그 직전에 헤르미온느는 그의 통찰력 있는 푸른 두 눈이 마치 쌍둥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덤블도어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즐거운지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재생' 버튼이 눌려진 것처럼, 식탁에서 대화가 재개되었다. 비록 약간은 억제된 톤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필리스와 제이콥슨이 미네르바 맥고나걸과 친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헤르미온느는 멀리서 지니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딱딱하면서도 너무나 조용해서 헤르미온느는 간신히 잡아냈다. "그만 좀 해, 오빠. 나도 싫어. 하지만 언니는 성인이잖아. 알아서 잘 하겠지."
"하지만 저 놈은... 저 놈은... 그자잖아!" 론이 숨 아래로 말을 더듬없다. 그나마 톰이 그 빨간 머리 남매의 숨죽인 대화를 듣기엔 가장 먼 곳에 앉아있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무겁게 한숨을 내쉬며, 헤르미온느가 머리를 식탁 위로 내리 박았다. 그녀의 이마와 나무 판이 접촉하는 순간 작고 둔탁하고 아플 것 같은 쾅 하는 소리가 나며 침울하게 그녀의 가장 임박한 걱정거리를 상기시켰다. 그들에게 조만간 이것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 이 뭐가 되었든 간에.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그녀는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어, 음, 너희들 모두 내 부모님이랑, 해리 네 부모님이랑, 우리 친구들이랑, 닥치는대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되는 그 남자 기억하지? 하지만 잠깐만, 일단 먼저 말해두는데, 걱정하지는 마, 내가 완전히 너희들을 배신하는 것 같은 건 아니니까. 그는 어차피 십중팔구 살 날이 기껏해야 한 달도 안 남았잖아! ...그래서말인데나그를좋아하는것같아.
자. 말해버렸다.
그런데 자신에게 시인한 것이 정확히 헤르미온느의 기분을 그다지 나아지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양심이 그녀를 미치도록 몰아가기 전에 잽싸게 그 주제에서 억지로 마음을 몰아냈다.
물론, 그녀의 소동에 대한 주제도 생각하기에 그다지 행복한 구역은 아니었다. 이 저녁 만찬 식탁의 "환영"이 넘치는 노려보는 시선들에 그가 어떤 기분인지 그녀는 그다지 확신이 들지가 않았던 것이다. 얼굴 표정은 '날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느 쪽이든 난 쥐뿔도 신경 안써' 라고 쓰여 있는 반면에, 손은 '제길, 날 좀 놔. 여기서 나가게.' 하며 잡아 빼면서 뒤섞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별안간, 헤르미온느는 그녀의 목 뒤의 솜털들이 긴장해서 쭈욱 서는 것이 느껴졌고, 그가 말문조차 열기 전에, 슬리데린의 후계자의 가까운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목 가까이에 와 닿는 그의 따스한 숨결이 상당히 지각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가 싶더니 얼핏 재밋다는 듯이 들리는 어조로 그가 언급했다. "네페르타리, 너 식탁도 먹는다는 말은 나한테 한 번도 안했잖아."
좋아. 그래 이 분위기가 정말은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었다 이거지. "못 들었어? 그거 내 취민데." 헤르미온느가 그녀의 팔 사이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녀가 신음을 내지르고는 한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반짝이는 밝은 조명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서 그를 빠금히 올려다 보았다. "그러는 너야말로 네가 재밌는 애라는 말 나한테 한 번도 안했잖아."
"아니니까." 톰이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는 어조로 대꾸했다. 그의 입술 언저리에 조그만 능글맞은 미소가 피어났고, 그의 폭풍빛 두 눈에서 대연회장 바깥에서 담겼었던 불신의, 날이 선 눈빛이 좀 더 많이 사라져 있었다. 그가 지팡이를 꺼내서 무심히 손가락 사이로 빙빙 돌리며 그녀에게 가까이 몸을 숙이자, 밤색 머리 컬 몇 가닥이 그의 얼굴 위를 느슨하게 가렸다. 그가 조용히 물었다. "너 평소에도 같이 밥 먹자고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질질 끌고 오니?"
헤르미온느의 스웨터가 갑자기 더워졌다. 평소 외풍이 심한 대연회장인데도 너무나 심하게 더워서, 그녀는 접시로 부채질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너 자진해서 왔잖아.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말이야." 그녀가 이렇게 반박하고는 그에게 새침하면서도 능글맞게 웃어 보이며, 짖궂은 미소가 나오려는 걸 참았다.
톰이 그녀를 향해 미심쩍게 두 눈썹을 올려보였다. 헤르미온느는 그가 눈썹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래 그랬지. 네가 마치 벼락맞을 예인선처럼 날 견인해 오기 전 부분 까진." 그가 산더미처럼 싸인 스테이크와 키드니 파이 뒤에 부분적으로 숨겨진 반쯤 찬 오렌지 빛깔 음료수 주전자로 손을 뻗었다. "호박 주스?"
"어." 헤르미온느가 소리내 웃고는 다시 몸을 일으키고 왼쪽 뺨을 문질렀다. 그녀는 그녀의 머리와 딱딱한 식탁이 만났던 지점에 분명 불쾌할 정도로 커다란 빨간 자국이 남았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 일은 미안해, 어쨌든."
"이번은 널 용서해 줄 마음이 들 것도 같다." 톰이 사람 좋게 말했다. 자신의 긴 소매를 한번 접으며, 그가 작은 가마솥 크기의 동그란 단지를 집어들고 헤르미온느의 앞에 나타난 빈 유리잔 가까이로 가져갔다. 막 붓기 시작하려던 차에, 그가 뭔가를 생각하는 듯, 멈췄다. 그런 후에, 꾀가 난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정확히, 어디에 따라줄까?"
헤르미온느의 입이 딱 벌어졌다. 오오오오, 너 지금 장난치고 싶다 이거지. 그녀가 너무나 잽싸게 이 능글맞은 슬리데린 후계자를 바라보기 위해 홱 몸을 돌리는 바람에 그녀의 기다란 곱슬머리 물결 끝이 확 퍼져서, 미네르바의 얼굴을 건드렸다. 아드레날린이 확 분출하면서 그녀의 심장이 너무도 묵직하게 뛰어대는 바람에 그녀는 실제로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쿵-쾅, 쿵-쾅.
헤르미온느는 맥고나걸의 어린 시절 분신이 발끈해서는 필리스와 제이콥슨의 대화로 돌아가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식탁에 앉아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그녀의 신경 밖이었다. 그녀의 벌어진 입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어도, 입술 오른쪽 언저리가 교활한 미소로 씩 올라갔다. "흐으음. 그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지." 그녀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얼굴에서 억지로 미소를 몰아내며 흥미롭다는 듯 양 팔을 가로질러 꼈다. 천연덕스럽게 그녀가 질문했다. "어디에서 마실 수 있는데요?"
톰의 얼굴에 자리잡고 있던 자그만 능글맞은 미소가 넓어졌다. 그가 주스 단지를 내려놓더니, 다시금 지팡이를 손가락 사이에서 빙그르 돌려서 마치 깃펜처럼 쥐었다. "아, 기본적인 퍼브 서비스는 다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만, 손님께서 주문한 음식을 신선한 공기와 함께 즐기고 싶으시다면, 손님의 편의를 위해서 풀장 라운지나 안뜰로 배달해 드리기도 한답니다." 그가 마치 그저 어떤 고객에게 잘 교육받은 리스트를 읊기라도 하듯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 연기와 함께 그의 아이리쉬 억양이 놀랍도록 그의 표준 영국 여왕 영어 말씨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가 고의적으로 보이는 태도로 잠시 멈추다가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그 밖의 어떤 것이라도 필요하시다면,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물론 하루 24시간 손님 마음껏 저희를 쓰실 수 있습니다."
헤르미온느의 심장이 이제 실제적으로 그녀의 가슴을 아주 망치로 두드려대고 있었지만, 그의 말을 곱씹고 있는 그녀의 겉모습은 침착함의 대명사 그 자체였다. 그들의 즉흥적인 말장난의 전체적인 외설스러움이 그녀의 대담함 수위를 치솟게 했고, 그녀의 위험평가 능력을 무디게 했다. 그녀가 그 말을 모호한 기분으로 배회하며, 각각의 단어를 그녀의 입안에서 분리시켜 느끼며 각각의 치수를 재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자신감을 잃기 전에, 뻔뻔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 제의에 룸 서비스도 포함되나요?"
그 즉시 당황스럽다기 보다는 즐겁게도, 수상쩍을 정도로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를 닮은 높게 째지는 꾸짖는 작은 목소리가 그녀의 마음 뒤꼍에서 소리를 질렀다. 오 이런 세상에,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네페르타리, 네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겠니?
그들이 식탁의 가장 끝에 앉아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다행스러웠다!
톰의 두 눈썹이 그 질문이 확 올라갔지만 이내 연극조로 눈썹을 찡그리고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곰곰이 생각해 잠긴 표정으로 마치 그가 그걸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듯 상상의 메모지에 뭔가의 숫자를 갈겨 적었다. 마침내, 그가 양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그건 굉장히 많은 특별 할증 요금을 더 내셔야 가능하겠습니다."
"야! 못말려 진짜!" 헤르미온느가 가볍게 소리 내 웃으면서 외치고는 즐거운 표정의 톰에게 날카롭게 팔꿈치를 먹였다. "나 목말라 죽기 전에 그냥 여기에다 부어!"
바로 그때 헤르미온느가 '그 미소' 라고 명명한 그 짧지만 빛나는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밝고 하얀 가지런함이 드러남과 동시에 그의 회색 눈가 둘레에 즐거운 눈주름이 맺히는 그 미소였다. 슬리데린 후계자의 얼굴을 보다 성숙하고, 보다 마음이 열린, 훨씬 더 행복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밝혀주는 바로 그 미소.
그러나, 역시나 그의 미소는 나타난 것만큼이나 신속하게 사라졌다. 그가 솜씨 있게 그녀의 잔에 단지 입구를 대고 주스를 채웠고, 그런 후에 자신의 잔을 채웠다. 헤르미온느가 다시금 그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녀 자신의 미소도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져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아니었다. "이제, 솔직하게 나에게 말해 봐... 여기에 온 거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 그치?"
"말하기 좀 어려운데." 그가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예기치 않게 한쪽 긴 팔을 그녀의 등 뒤로 둘러 뻗고 그녀의 먼쪽 팔꿈치 쪽 식탁에 있는 롤빵 그릇을 집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그녀에게 완전히 몸을 기댈 수 밖에 없었고 그녀 조차도 왼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에게서 떨어지기 보다는, 장난스럽게 한쪽 눈썹을 아치 모양으로 들어보였다. 그러다 그녀는 그가 잠시 아래턱을 그녀의 머리에 기대고 그의 입이 바로 그녀의 귀 위로 오게 하는 것을 곁눈으로 지켜보았다.
그의 따스한 숨결이 그녀의 피부를 간질이는 순간, 톰 리들과 가까게 지내는 것에 대한 그녀 친구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도 완전히 하찮게 여겨졌다. 그리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하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음식에 손도 안대서 말이야."
이 글의 저작권은 원작자이신 Lady Moonglow 님과 번역자이신 모건르페이 님께 있습니다.